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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eubird May 03. 2024

9. 나의 네번째 시험관 (한국)

또 다른 출발

2023. 11.02


한국에서 시작되는 나의 첫번째 진료날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있는 오늘 일자를 보니 벌써 이때가 까마득하다.


생리일자에 맞춰 들어왔기에 한국에 도착하고 3일후에 바로 마법이 시작되었다. 너무나 정직한 나의 바이오리듬...칭찬해주고싶다ㅎ


기대반 떨림반으로 Day2에 원장님을 다시 뵈었다. 환화게 웃어주시면서 

'잘왔어요. 얼른 잘되서 돌아가야할텐데~~' 라고 마음을 써주셔서 반갑고 감사했다. 원장님께서 직접 초음파를 해주시는데 자궁내막과 난소안의 난포상태를 보시더니 괜찮은지 오늘부터 당장 주사 처방을 해주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한국에서 시험관을 시작하는것인가! 설레이면서 살짝의 긴장감이 돌았다. 한국에서 마음편히 하면 한방에 되겠지..? 라는 기대가 솔직히 컸다.


무엇보다 앞으로 6개월동안 친정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먹으며 몸과 맘편히 지낼수있다는게 너무 좋았고 이 모든 상황이 감사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서 왔기에 이 감사한 시간들을 허투루보내고 싶지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자마자도 계속해서 요가, 필라테스와 산책, 독서 그리고 매일드리는 기도로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려고... 내가 할수있는것들은 다 해보려고 노력했다.


매일밤 기도한 묵주와 기도책



STIM Day1 ~Day9:

Gonal F -300 & 900 / Orgalutran / 레나라정 (레트로졸)


Day 10~11 (Trigger shot)

Orgalutran / Decapeptil


이식 - 크리논겔, 피디정, 아스피린, 프로게스테론(타이유), 이식후 콩주사 놔줌(허연약)


결과는

채취 8개> 수정 6개> 5일배양 2개 > 신선이식


캐나다에서도 썼던 고날에프 주사...이때 그닥 좋지않은 배아들이 나왔던거같아 주사 처방해줄때 어떤 기준으로 처방해주시는지 원장님께 여쭤봤다. 저는 캐나다에서 이런이런 약을 썼었고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주사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른데 결과가 조금더 잘나온 약으로 쓰는게 더 좋지않을까요?

원장님은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뇨, 절대 그런거 없습니다. 다 좋은 약들이고 주기마다 잘 맞는 약이 다를수있기때문에 그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지금도 또 잘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아 네...'


그래서 시험관을 여러번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는것도 이때문이구나 싶었다.

여러번 다른 처방/시도를 해서 실패범위를 좁혀가며 가능한 성공율에 가까이하는 확률싸움이기에...


과배란진행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차이는 일단 채취 전 방문횟수(3~5번)는 비슷하지만 한국은 초음파만 하고 피검사는 따로 하지않는것이다, 채취전에 마지막 방문때 한번밖에 하지않는다. 피뽑는 주사가 제일 아픈데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또, 한국도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초음파를 주치의가 직접하는 병원같은 경우 갈때마다 초음파를 보며 궁금한점들이나 과배란 증상 등 걱정되는 부분들을 진료보면서 직접 의사에게 물어볼수있다는것이다. 반면 캐나다 병원에서는 채취될 난포들의 크기를 숫자로 하나하나 다 알려준다는 것. 그래서 내가 과배란주사맞으며 점차적으로 몇개가 더 생기고 있고 특정한 난포가 몇일만에 얼마나 더 커졌는지 숫자로 이해하고 알수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쓸필요가 없으니 한국에서 안알려주겠지만 캐나다에서 익숙한 나는 매번 갈때 궁금해서 원장님께 여쭤보았지만 아무의미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어차피 채취해봐야 아는것이고 지금 몇개가 얼마나 크고있는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것이다. 그래서 대략적인 갯수만 알려주셨다.


채취수술이 있기전 신랑은 바로 뒤따라 한국에 들어와 오랫만에 한국에 맛있는 음식과 그동안 가보고싶었던곳을 다니며 좋은 시간도 보냈다. 정자상태도 좋아야할텐데...걱정되는 마음에 신랑이 도착하자마자 친정엄마는 매일같이 좋고 영양가득한 음식들로 상을 차려주셨다. 남자에게 좋다는 장어즙, 각종 야채와 과일도 매일아침에 대령하고 골고루 좋은 영양분이 잘퍼지도록 그래서 좋은결과가 있기를 최선을 다해주셨다. 그리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채취하는날이 다가왔다.




현재 보이는 난포는 10개라는데 제발 모두 다 잘 자라서 건강한 난자들이 채취되기를 바랬다.


캐나다의 채취수술실은 좀더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분위기면 (수술대에 누우면 천장에 파란 하늘에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그림이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나중엔 비록 '여기가 천국이다..'라고 최면을 걸었지만ㅎ;; ), 한국병원 수술실은 좀더 넓고 진짜 대수술실같은 분위기여서 살짝 무서웠다. 회복실은 여러개있어 많은 환자들이 시술후 침대에 누워 휴식할수있게 잘 해놓았다. 옷을 수술가운으로 갈아입고 화장실을 한번 갔다가 오니 침대에서 링겔을 놔주었다. 시험관할때 제일 싫은것중에 하나가 이 링겔주사 맞는것...정말 깊숙이 주사바늘이 들어가고 너무너무 아프다. 과배란주사보다 더 싫다. 진정제도 놔주고 여러가지 질문을 한뒤 원장님이 오시면 바로 시술들어간다고 한다. 캐나다에서처럼 그렇게 떨리지않았다. 한국이라 더 편해서 그런건지..아니면 이제 좀 해봤다고 익숙하고 단련이 된건지..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좋은 결과만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취주사 들어가는 동시에 나는 잠이 들었다.


채취는 8개가 됬다고 한다. 그래 나쁘지않아..캐나다에서도 비슷한 갯수이기에

더 적어지지않은것에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마취후에 통증은 캐나다에서보다 훨씬 나았다.


채취이후 며칠지나 신랑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12일이라는 너무 짧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공항에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눴다. 다 잘될거야, 시간도 금방 지나가겠지, 건강히 잘지내야해...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얼굴이 보이지않을때까지 인사를 했다. 처음으로 오랜기간 떨어져 지내게되서 어떨떨했지만 떠나기전 서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다시 문자로 주고받고 나는 허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채취는 무사히 하고 이식전 우리앞에 중대한 결정이 남아있었다.

5일 배양 두개가 나왔다고 했을때 이번에도 PGT-A 를 해야하는지 아니면 안하고 바로 신선이식을 해보는게 좋은지 신랑과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캐나다에서는 무조건적으로 PGT-A를 진행했고 당연히 해야되는줄만 알았는데 한국 의사선생님은 안하고도 임신성공한 환자들이 꽤 있다며,,유전자검사는 임신확률을 높이는게 아니라 유산율을 낮춰주는것뿐, 당연히 하면 좋지만 지금 시간적으로 여유있지않고 만약에 안됬을경우에 또 시도해볼것을 고려해 시간단축 및 될놈될 이라는 주장으로 은근히 신선이식을 제안하셨다. 강력하게 해야된다라는 의견인 신랑은...만약에 해서 나중에 태아가 잘못되어 계류유산을 할경우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는 이유다. 그렇지만 계류유산까지 안갈수있고 착상조차 안될 확률이 더 크다는것이다. 나는 조금더 원장님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찬반토론을 며칠동안 신랑과 가족들과 하고 결국 유전자 검사를 안하고 바로 신선이식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PGT-A 통배도 캐나다에서 이식했을때 착상조차 안되지않았는가...100% 착상률도 보장안되고 또 배아의 일부분을 떼어서 검사하기때문에 결과가 100% 정확하지도 않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따라서 만약 5일배양 배아가 5개이상 나오지않는 이상 나는 PGT-A를 하지않는게 여러가지로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나는 동결이식을 한번해보았기때문에 안해본 신선이식을 해보고싶은 마음이 컸다. 여러가지 해봐야 좋을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채취이후 딱 5일 이후인 11월 21일 신선이식날짜가 정해졌다.

며칠전 쌍둥이도 괜찮으신거죠? 라는 원장님 질문에 살짝 망설였지만 신랑과 나는 둘째도 생각이 있었기에 한방에 되면 땡큐라는 생각으로 배아 2개를 이식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본 배아보다 훨씬 이쁜 배아들아~ 잘 들어가서 찰싹 붙어다오~하나가 와도좋지만 둘이 오면 더 좋겠구나~싶었다.


네번째 시험관 5일배양 배아들

 


이식후 8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매일 하루하루 몸의 반응을 기록하며 몸에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이식후 착상 시기, 이식후 착상 증상, 이식후 아랫배 통증, 두통, 복수참 등등..

오만가지 키워드들이 머릿속에 떠다녔고 궁금한걸 못참는 스트레스가 더 걱정이 되 나중엔 그냥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증상들이 마치 착상을 한거같았다..이번만은 정말 붙은걸까?


이식 8일째인 11월 29일은 병원에서 1차피검사가 있는날이다.

왜 사람들이 시험관중 제일 힘든시간이 이식후라고 하는지...시험관 해본사람들만 안다. 시간은 안가지, 몸은 몸대로 힘들지만 또 그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궁금하지만 알수는 없고,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감정에 휘둘리며 그와중에 매일같이 간절한 마음이 일주일 넘어가면 정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나가는건 괴로운 일이였다.


피검사하는 날 아침에 또 떨리는 마음으로 미리 사둔 원포기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

단호박 한줄.

또 해보고 또 해보았다.

화장실밖을 나와 방불빛으로 비춰봐도 너무 깨끗히 한줄이였다.

.

.

피검사하러 병원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뭔가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서 피검사할때는 다르지않을까?


기대를 말자 최면을 걸으며 피검을 한후 나서기전 오늘 원장님과 상담을 원하냐고 물어 그러자 했다.


원장실 들어가니 이미 내표정으로 알아채셨는지,

'테스트기 해봤죠? 잘안됬으니 나를 보자고 했겠지.. 그죠?'

배아등급이 조금 낮아 이게 될까..했지만 이걸 또 임신되서 오는 환자들도 몇있었다고...


일단 시간이 앞으로 좀더 있으니 또 해보자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다음 Day2-3에 보자고 하고 집으로 향했다.


몇시간후 오후 1씨쯤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님, 피검사 결과나왔는데 비임신이십니다.'


어떻게된게 시험관 한번하면 그 수많은 고민과 결정, 육체적&정신적인 피로를 견뎌왔는데 결과는 이리도 씸플하고 매정한지...그 끝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한국에서 이제 시작했잖아?

원장님말씀대로 시간은 더 있으니 또 해보자

괜찮아.

오늘은 라면 끓여먹어야지...피자도 먹을테야...진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내일은 오랫동안 못본 친구도 만나야지.


그 이후 싱숭생숭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캐나다에서 친한 언니가 문자가 왔다.

'한국에서 시험관 잘하고 와~ 그리고 인생 별거 없어 가서 재밌게 즐기다 와'

.

.

.

ㅠㅠ 왜 눈물이 흐르는지..이놈에 호르몬약...

위로가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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