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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된다

배영은 기다리는 것

by 정강민

수영 강습 시간, 여성들은 서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남성들은 대개 말이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데 강습이 끝나갈 무렵, 한 남성 회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너무 잘하시네요. 안 지치세요?" 예상치 못한 칭찬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아뇨, 발차기 할 때가 너무 힘들어요!"


문득 예전에 읽은 글이 떠올랐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가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삶의 지속성과도 연관이 있을까?


수영을 시작한 지도 벌써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요즘 강습 시간에는 킥판을 잡고 150미터를 발차기로 나아가고, 배영 발차기와 팔 동작을 연습하며, 마지막 15분 정도는 자유형으로 150미터를 완주한다. 모두 숨을 몰아쉬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강사가 내게 말했다. "정강민 회원님, 쉬지 않고 여기까지 오셨네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그동안 빠지지 않고 했던 자유수영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배영을 할 때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온다. 몸이 완전히 물 위에 뜨지 못하고 얼굴이 반쯤 가라앉아 있어서다.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우면 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숨을 내쉬면 가라앉고, 이때 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온다. 결국, 신속하게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배영할 때 고개를 과하게 젖히지 않고 턱을 살짝 당기는 것이 중요했다. 한쪽 팔을 너무 귀에 붙이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 뜨기 어려워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강사는 배영의 핵심인 롤링을 강조했다. 한 팔이 물을 젖는 동안 반대쪽 팔은 최대한 기다려야 한다. 오른팔이 물속에서 물을 끝까지 젖고, 물 밖으로 나오려 할 때 오른쪽 어깨를 먼저 들어 올려야 한다. 그런 다음 오른팔을 공중으로 뻗어 넘긴다. 이때 손바닥이 가슴을 지나가기 전까지 반대쪽 팔은 그대로 뻗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니 물을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배영을 하다 보면 도착 지점에 리본이 매달려 있어 거의 다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매번 느끼지만, 끝 지점은 생각보다 멀다. 강습 때 가장 마지막에 출발하면 앞서 간 사람들이 레인 옆으로 정렬해 서 있기 때문에 마지막 사람까지만 가면 된다. 약 3~4미터를 덜 가도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뒤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았지만, 이제는 방해받지 않는 1번 출발이 더 좋다.


하지만 쉬지 않고 레인을 도는 나이 지긋한 여성들을 보면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운동을 하러 왔기에 힘이 들어야 한다, 힘들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하는 것은 수영을 시작한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숨이 차오를 정도로 몰입하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다리 근육 강화와 폐 기능 증대다. 저질 체력을 이런 생각으로 위안 삼는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지속적인 훈련과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것에 의해 정의된다. 따라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에픽테토스 또한 "자신을 훈련시키지 않으면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다."라고 하며 끊임없는 노력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덕을 쌓아갔다.


"위대한 건축물들은 그것을 오랫동안 눈으로 그려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지었다. 행위는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인내해야 한다. 세상에 효율적인 길은 있겠지만 지름길은 없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말이다. 모든 것은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수영 후 녹초가 된 상태에서는 주변의 작은 소음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마우스를 빠르게 클릭하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바퀴 의자를 굴리는 소리, 작은 목소리로 전화받는 소리. 평소라면 거슬렸을 소리들이 이제는 그저 배경음처럼 스쳐 지나간다. 오직 수영으로 달궈진 몸과 깊어진 호흡만이 온전히 남는다.

세상은 단순하다. 부지런한 행동의 결과를 받든지, 그렇지 않든지. 자신이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봉우 권태훈 선생의 소설 <단>에는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이라는 말이 나온다.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는 중에 깨닫는다는 뜻이다. 다른 비법이 있지 않고, 중지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자유형을 더 오래하고 싶고, 배영의 폼을 고민하는 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던 내가 여기까지 왔다. 3개월간 꾸준히 한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교수는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수영을 꼽았다. 늦은 나이까지도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은 꾸준히 했다는 이야기를 그의 가까운 지인을 통해 들었다. 나도 이번에 배운 수영을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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