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 Mar 17. 2021

내 체중의 이력 #2



대학 2학년 개강일, 8킬로가 늘어난 내 몸이 남들이 보기에도 한눈에 티가 나고, 그렇게나 놀라운 일이라는 사실을 한 동기의 놀라움 섞인 외침 이후로 하루 종일 느끼게 됐다.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전보다 몸이 많이 무거웠다. 걸을 때마다 전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뱃살의 출렁거림. 뱃가죽이라는 걸 지니고 있단 사실을 느끼지 못하며 지냈다가 처음으로 알게 됐달까. 걸을 땐 출렁거리는 것 같고, 앉아있을 땐 바지 위로 약간 접혀서 그렇게나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몸은 곧 적응했고, 2학년 때부터 기숙사에 살기 시작하며 밤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것은 곧 매일매일 술과 야식을 흡입하는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심지어 그 당시의 내 남자 친구는 기숙사로 치킨을 배달시켜주기도 했다. 배달음식 반입금지인 곳에 편법을 써가며 말이다. 그 정도로 나와 룸메이트는 야식을 즐겼다. 술자리가 있는 날, 아니면 기숙사에서 야식. 그러니 살이 빠질 새가 없었다. 더 찌지 않고 유지되는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그 시절의 사진을 몇 년 전 언젠가 봤더니, 당시의 실제 몸무게보다도 보이기에 더 통통해 보였다. 아마도 술과 야식으로 지방이 많이 늘어난 덕분일 것이다.


놀랍게도(!) 그 몸무게를 졸업 때까지 유지했다. 살을 빼려는 시도조차 한 적이 없으니,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졸업 후 1-2년 사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다시 45kg 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사회생활 덕분(!)이었다.






내 체중의 이력 #3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네이밍이 뭐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