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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Aug 30. 2020

내 체중의 이력 #1

다이어트 방법을 알고 싶은 분께는 실망주의보

여행도 (당연히) 쉽지 않고, 동네 산책도 편하게 하기 힘들고, 재택근무도 많아져, 움직임이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코로나 시대에, 한동안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던 '확찐자'(사실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코로나의 위험성이 심해질수록 더 그렇다)가 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간헐적 단식이나 식사량 조절로 쏙 들어갔던 배가 요즘 다시 뚠뚠해진 덕분에 기분이 나빠져서, 내 살의 찌고 빠짐에 대한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하루에 만보정도는 거뜬히 걸었던 게 까마득한 옛날 같다


다이어트는 많은 이들에게 평생의 화두 중 하나일 것이다. 살이 조금 찐 것 같으면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도, 뛸 때도 기분이 너무 나쁘다. (그 기분 다들 아시죠?) 살이 조금 많이 쪄서 옷 사이즈가 달라질 정도가 되면, 그때는 이제 '기분 문제'로 그칠 수 없다. 옷을 모두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 몸에 맞추어서, 당연히 전보다 예뻐 보이지 않을 옷들로.


브런치에 유독 다이어트, 살, 운동, 간헐적 단식 등 식이요법, 건강식 요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얘기라 그럴 것이다. 나도 아주 심하게 말랐거나 아주 심하게 찐 적은 없었지만, 평균치라는 나름의 안전망(? 대체 안전망이 어느 정도일까? 나는 10-15kg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안에서는 최대치로 체중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내 키는 161cm. 161이라고 정확하게 얘기하는 게 구차하게 느껴져 보통 160이라고 얘기해왔었는데, 어느 날 155cm였던 회사 동료가 외부에는 본인 키를 160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특히 157-158cm 친구들이 모두들 당연하게도 160이라고 얘기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이후로는 꼭 161이라고 (대체 이게 뭐라고) 힘주어 얘기한다. 내 주변에 170cm가 넘는 장신 친구들이 꽤 있어서, 그들이 들으면 웃거나 귀여워할 얘기지만 암튼 그렇다. 키 얘기는 몸무게 얘기를 할 것이기에 전제로 깔아 뒀다. 키를 모르고 몸무게만 보면 (hoxy) 너무 심하게 말랐다고 생각할까 봐.


체중 증가가 단기간에 심하게 이루어진 것은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그 전까지의 나는, 남들 다 살이 찐다는 고3 때도 비슷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키는 중1 때 키 그대로, 몸무게도 쭉 비슷하게 40킬로 초반대였다. (아, 중학교 갓 입학했을 때의 신체검사에서는 놀랍게도 38kg이었구나) 그래서인지 몸무게에 크게 신경써 본 기억이 없었다.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 기분을 내고 싶어서 조금 이르지만 지난 봄옷을 꺼내 입으려는데, 어라? 바지가 허벅지에서부터 너무 타이트하더니 허리가 안 잠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집안 어딘가에서 체중계를 찾아, (그때까지도 태평하게 별 걱정 없이)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52kg??!!!!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올라갔다. 변함없었다. 겨울방학 전 몸무게는 44kg이 채 되지 않았었다. 고작 방학 두 달 반 동안에 8kg이나 찌다니. "엄마~~ 엄마 체중 좀 재봐. 이거 고장 났나 봐" 하지만 체중계는 정확했다.


#1. 스무살 겨울 44kg에서 52kg으로 (+8kg)

       체중 증가 사유: 탄수화물 과다 섭취


급격한 체중 증가의 이유는 자명했다. 스무 살 겨울, 거의 매일을 거르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때 우리의 주요 메뉴는 피자(심지어 피자 뷔페), 파스타, 떡볶이. 매일매일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했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질 생각으로 방학 내내 몇 번 만나지 않아서, 여자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가 훨씬 많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남자친구는 고기를 무척 좋아했고, 난 싫어했고, 그래서 둘이 적당한 선에서 만날 때마다 메뉴를 달리했었다. 그리고 둘이 같이 식사를 하면 당시 덩치도 몸도 좋던 남자친구의 식사량이 현저히 많았다. 그 친구에 비해 먹는 양도 적고 먹는 속도도 느렸다. 남자친구와 자주 만나면 당연히 살이 찔 수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평소 누룽지를 즐겨드시던 엄마와 함께 밤마다 티비를 보며 심심한 입을 누룽지로 채웠다. 스무살 겨울밤은 엄마와 누룽지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티비는 조명이자 라디오)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두 달 반 동안 거의 매일을 그렇게 보냈다고 생각해보라. 그 엄청난 탄수화물의 섭취라니... (근데 왜 엄마는 살이 안 찐 거지???)


어느 새 꽤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2학년 1학기 개강날.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한 넉넉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역시 넉넉한 니트를 입고 학교에 갔다. 중도 앞에 남자 동기가 보인다.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는데 그 친구가 아무 의미없는 눈빛으로 날 지나친다. 그러다 몇 초 뒤, 다시 날 보더니 소리친다.


"너 여름이 맞아? 왜이렇게 살이 쪘어? 못 알아봤잖아!"


......그정도라고?? 그 날 나의 체중 증가는 우리 분반 친구들의 핫이슈였고, 심지어 1학년 때의 내 몸매가 꽤 많은 여자 친구들의 워너비였다는 고백을 듣기도 했다. (왜 그제서야 얘기해주니 친구들아...몰랐잖아...)


(2편에 계속)




지금 생각하면 아주 옛날이라 그런지, 남의 몸에 대한 평가도 너무 쉽게 내리고, 그걸 넘어 입 밖으로도 쉽게 꺼내고. 건강을 걱정할만한 비만 상태가 된 것도 아니고, 그저 마른 상태에서 적정 상태 정도가 된 것인데 뭐가 저리 다들 놀랍고 호들갑이었을까 싶지만. 40대의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스무살 시절의 우리들은 저런 게 모든 것인 것처럼 큰 관심사였을테니까. 친구, 학점, 연애, 외모, 다이어트, 성형, 과외, 등록금 등등.


그래도 예전 기억들을 꺼내어 보는 게 꽤 즐겁다. 내 체중의 이력과 함께 따라오는 (여기에는 쓰지 않은) 여러 기억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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