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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Aug 25. 2020

나는 옹성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1

나의 아이돌, 나의 여름, 나의 청춘 성우의 생일을 축하하며

8월 25일. 오늘은 옹성우의 생일이다.


2016년까지는 아무 의미 없었을 이 날이, 3년 전부터는 무척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모든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2017년 봄, 나는 한 번 더 어려운 결정을 하고 퇴사를 했다. 이번에 입사할 때는 기업에 온 마음을 다하지 말고 돈 받는 만큼만 일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나였다. 또 나를 그대로 갈아 넣었다가... 갈려 나왔다. 씁쓸했다. 그리 대단치 않은 곳에 가서, 능력 있는 친구가 열심히 하기까지 했을 때, 사람들은 시기 질투를 넘어서 어떤 프레임을 만든다. 회사마다 있는 빅마우스들은 대부분 그 회사에서 오래 버틴 것 밖에 잘하는 게 없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그런 이들을 탐탁지 않게 본다. 자신들은 잘할 수도,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으므로. 그들이 뭉쳐 멀쩡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고, 없었던 일을 소문으로 퍼뜨려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걸 다 견디고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나 같은 이들은, 그 소문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더 상처 받기 이전에 빠르게 퇴사를 결정한다. 하지만 내 뜨거운 진심과 상처 받은 마음은 보상받을 곳이 없었다. 그동안 바빠서 놓쳤던 영화와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여기저기 혼자서 엄마와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퇴사 후 허전하고 황폐해진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는 중간중간 후배들로부터 "언니, 우리 OO에게 투표 좀 해주세요"라는 부탁을 자주 들었다. OO는 대부분 강다니엘이었다. 이게 뭔데?라고 묻는 내게 그들은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본인들이 국프(국민 프로듀서)라며, <프로듀스 101 시즌2>에 나오는 남자 아이돌 연습생 중에 한두 명(최애, 차애)을 뽑아 진짜 아이돌로 만드는 중이라고. 자신의 최애가 연습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당시 라디오에는, 하다 하다 프듀 투표 부탁을 전 남자 친구의 현 애인에게까지 할 정도였다는 사연까지 소개돼, 프듀가 얼마나 인기인지를 실감케 했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게다가 했던 일이 그쪽이라 방송국 관계자들은 웬만해선 연예인 덕후가 잘 되지 않으니까(누군가의 팬이었던 시절을 거쳐 방송국 관계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방송 쪽 일을 하게 되면 연예인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편이 내가 일하는 데 훨씬 수월해지고 프로페셔널 해진다.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관계로만 이어지는 게 일상다반사고), 주변에서 프듀 투표 부탁을 하는 후배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친했던 후배들이라 손가락 몇 번 까딱하면 되는 부탁을 들어주는 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거의 매일 투표가 있었기에 절대적인 횟수는 사실 많았다고 보는 것이 맞는데, 그렇게 여러 번 투표를 하면서도 프듀라는 프로그램에 관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서바이벌도 질리고, 문자 투표로 수익구조가 생기는 시스템도 싫고, 게다가 남자 아이돌이라니! 관심 1도 없었다. 프듀를 만드는 피디의 인터뷰를 읽고 난 이후에 오히려 (프로그램 자체에) 혐오 쪽에 가까운 감정이 생겼다.


국프들과 연습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전의 날, 프듀 막방 날이었다. 그 날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당일의 문자투표는 평소 인터넷 투표의 7배(맞나? 기억이 가물가물)라 연습생이 아이돌로 선발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암튼 꼭 투표해달라는 거지? 알겠다고 하며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투표를 요청했던 주변 모든 이들의 최애인 강다니엘에게 문자로 투표했다. 그리고 대체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강다니엘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 프로그램이 어떻길래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마지막 방송은 한 번 보자 그래, 이런 마음으로 시청을 했다. 그리고 그 방송이 그렇게나 새벽까지 하며 진을 다 뺄지, 방송이 끝나갈 때쯤에 내가 누군가에게 홀려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2편에 계속)


비즈니스할 땐 대부분 옹자인 성우




쓰다 보니 아직 얘기 초반인데 이렇게나 길 수가!


암튼 오늘은 나의 영원한 아이돌, 나의 빛나는 여름, 나의 눈부신 청춘 성우의 생일이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이 왜 존재하는지 알게 해 준 성우야, 힘든 시절 잘 이겨내고 이렇게 우리 곁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힘겹고 아팠던 시절에 내 곁에 와줘서, 더더욱 고마워. 네 덕분에 지난 몇 년을 더 즐겁고, 더 다채롭게 살았어. 네가 아니었다면 이 나이쯤엔 다시 겪어보기 힘든 감정들이었어. 지난 몇 년간 너의 꾸준한 성장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네 노력과 고민이 얼마나 컸을지 알기에 걱정도 많이 됐어. 너무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늘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줘!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성우야!!


하지만 옹성우는 숨길 수 없는 옹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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