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리만쥬 Dec 03. 2020

여행의 이유

관성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내년의 내 모습이 기대되지 않았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 위하여
이 관성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문득 내 삶이 관성에 따라 흘러간다고 느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모른 채로 당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이 생활이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그저 관성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버린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계속 이 관성대로 살아간다면 내년, 내후년의 내 모습이 기대되지 않았다. 기대되지 않는 삶은 싫었다. 나는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 위하여 이 관성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년 10개월간의 직장생활, 3년 4개월간의 연애에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2020년 1월 31일, 스물여덟하고도 한 달이 지난날 나는 백수가 되었다. 이후의 계획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취업이야 언제 해도 바늘구멍이니 서두르지 않고 일단 조금 쉬고 싶었다. 이 관성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우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기대되지 않던 날들이었는데, 관성에서 벗어나고 나니 앞으로의 날들이 설레고 기대되기 시작했다.


재취업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 속으로 다시 던져지기까지 딱 2개월간의 안식월을 갖기로 했다. 불안은 2개월 후로 잠시 미뤄두고 나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내가 아는 한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그래서 떠나는 여행


그래서 떠나는 여행이다. 고작 몇 주의 여행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꿀 대단한 깨달음을 줄 거라는 기대는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내 시간을 즐기면서, 나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다른 세상을 보고 싶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지만 두려움보다 기대와 설렘이 크다. 태어나서 '혼자'인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 적은 없었다. 여유롭게 쉬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온전히 나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2020. 2. 14 ~ 3. 11 

퇴사 후 떠난 27일간의 유럽여행 일기를 꺼내 읽어본다. 

복잡한 마음을 가득 품고 간 '퇴사 후' 여행이었는데, 다시 꺼내 읽어보니 다신 없을 '코로나 이전' 여행기로 다가오는 27일간의 유럽 여행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