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았을 주제이다. 오늘날의 대기업도 과거에 스타트업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사업이 성장하면서 현재의 대기업이 되었을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오가면서 일해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 경험해보는 것이 커리어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기업만 고집한다거나, 스타트업만 고집하며 일하는 건 크게 얻을 것이 없는 결정이다.
대기업: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연간 단위의 플랜에 따라 조직과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예산이 부여되고, 정기적 보고체계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연말 또는 연초에 세우는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연 단위의 목표 설정은 연중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 어찌 보면 안정감을 준다.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시나리오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연간계획과 gap이 커지는 경우, 반기 단위 실행계획을 짜면서 일부 조정을 하지만, 연 단위 계획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타트업: 대표, 코파운더, 핵심 멤버의 열정에 의해 움직인다. 연간 계획을 세우지만 실적과 비교해보면 보통은 큰 차이가 나고, 실제로는 월 또는 분기단위 플랜에 따라 움직인다. 실행하면서 얻는 경험과 lesson에 따라 기존에 수립한 계획을 무시하고 새로운 계획을 짜는 것도 수시로 발생한다. 변동성이 높은 스타트업의 경우, 연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대기업: 앞서 연 단위로 세운 계획에는 매출 탑라인과 이익 바틈라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업 자체가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추진해왔고, 성공의 방정식을 이미 알고 있고, 특별히 변수가 없는 한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영업과 마케팅을 증대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면서, 규제 등 대외 변수에 대해 적시에 대응한다면 매출과 이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즉, 연간 계획에 얼마만큼 달성했는지가 성과로 평가된다.
스타트업: 한마디로, 가설과 검증을 통해 미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성과이다. 스타트업은 무조건 우상향 성장을 만들어야 하고, 성장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순간 곧바로 생존의 위기를 겪게 된다. 스타트업이 발견한 문제 해결 방식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매출과 이익으로 "폭발적"으로 연결이 되어야만 성과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다음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기업: 요즘엔 대기업도 수평적인 업무 문화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직의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탑다운으로 업무를 한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조직력에 의해 역전시키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이때, 본부장/실장 등 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면서 그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회사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핵심 원동력이 된다. 구성원들은 소속 조직의 리더인 임원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그가 가이드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스타트업 : 수평적인 문화라고 하더라도, 보통은 대표가 주도적으로 리드하면서 업무를 탑다운으로 드라이브하고, 나머지 멤버는 수평적으로 연결되면서 대표가 지시하는 업무를 f/up 하는 형태이다. 간혹 조직이 작은 경우, 대표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기도 하지만, 사업부 외에도 재무, 인사, 투자 등 챙겨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결국 마이크로 매니징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달성하는 성과가 회사 전반에 impact를 주게 된다. 따라서, 멤버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보통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조직을 별도로 두기도 한다. 자기 성장의 동기부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대기업: 스타트업이 0에서 1을 만들고 이를 10까지 만든다면, 대기업에서는 10을 100 또는 1000으로 키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업의 특성과 본질을 오랫동안 알고 있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목표가 설정되고,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원도 충분히 투입되는 편이다. 특정 skill을 보유한 자신이 specialist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임팩트 있는 실행과 성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다만, 목표 자체가 직원인 본인이 설정한 것이 아니고, 잘 안될 수 있는 무리한 목표도 어쨌던 소속한 회사의 목표로서 본인이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즉 동기부여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족한 자원으로 작게 시작해서 반복적 점진적 개선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A라는 업무로 시작했지만, B, C, D를 모두 하는 generalist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내가 온전히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성취감은 매우 클 것이고, 동기부여도 매우 커야만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가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잠시라도 정체한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시간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급적 양쪽의 경험을 모두 해보고, 그중에 본인 스타일에 맞는 쪽에 좀 더 오래 남아서 일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