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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우 Oct 30. 2021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경험은 늘 아쉽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말이지...

[이전 글에 이어서] (링크)


그렇게 우주가 나선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며칠 새, 나는 '이시우 작가' 혹은 '이시우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광고인을 동경하던, 펜 몇 번 휘갈기고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를 아주 조금 할 줄 아는 내가 이런 말을 듣다니?


한 때 유행했던 쇼미더머니 비와이 곡 'day day'엔 이런 가사가 있다.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비가 내리는 법이야. 축복은 내가 벌린 입만큼 들어오는 거니까"


노래가 나오기 조금 전이긴 하지만 자신감과 조금의 오만함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뭐라도 해야 기회가 생기네. 생각보다... 쉽네?"


"첫 경험 대행진"

그 이후로도 꾸준히 개인 작업을 하며 '첫 외주 작업, 첫 전시 등, 첫 인터뷰, 첫 매거진 소개 등'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새로운 분야의 기회'들이 쏟아졌다. 모든 게 새로웠고 닥치는 대로 전부 했다.

겪어보지 못했던 업체와의 미팅, 계약 진행, 인터뷰 등. 새로운 세상을 접할 때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새로운 것을 해본다는 뜻에서도 두근거렸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입장에서 만나는 사회인들은 내가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들이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에도 가슴이 두근거린 건 사실이다.


1. 인터뷰

첫 번째는 인터뷰였다. 갑작스럽게 디자이너, 작가가 되어있던 나는 아직 내공도 없고 준비도 안된 채 당시 느끼고 있던 생각들을 즉흥적으로 내뱉었던 것 같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청춘을 만나다', '코스모폴리탄 캠퍼스', '아트인사이트', 'Artwalk 매거진' 인터뷰

인터뷰도 계속하고, 계속 작업도 하면서 점점 나는 디자이너, 작가가 되어갔다. 그러면서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는 계속해서 왔다. 모든 일들이 순서대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해본 것들을 유형화해봤다.


2. 전시

참여작가 전시, 작은 개인전, 심지어 주점 내 전시까지...

지금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마케팅을 조금만 알았더라면 나를 더 알릴 수 있는 프로모션도 기획해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3. 앨범 커버 디렉팅 & 디자인

나보다 더 대단한 분들의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이것도 지금 보면 참 부끄럽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곡을 먼저 받아 나만 아는 상태에서 만드는 행위 자체가 설렜고, 그 노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반찬?을 만드는 작업이 잊지 못할 경험 중 하나다.


왼쪽부터 Royaltribe 'MONOCROWN-갑툭튀', '하현곤 팩토리-Feel So Good' 앨범 커버 디렉팅&디자인 (맨 오른쪽은 초안)


4. 그 외 기타 등등

그 외에도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로 첫 개인 계약서를 써봤고(이때 공장을 들락날락했는데 대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시를 많이 받아서 수염을 길렀다. 응?), 플리마켓에 참가도 하며 자영업자의 기분도 3% 정도 느껴봤다. 안 되는 영어를 하면서 외국인한테 설명해서 결국 굿즈 하나 판 기억이 가장 남는다.

그 외 지금은 서비스 종료된 네이버 PHOLAR 런칭 서포터즈 임명 등등 참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이고, 열정이 극에 달아있던 시절이었다. 요즘 옛날 사진들을 많이 찾아보는데, 아마 이때의 열정이 그리운 것 같다.

왼쪽부터 'NUHABIT 콜라보 상세페이지', '돌예공 플리마켓', '네이버 PHOLAR 서포터즈 굿즈'



우연치 않은 기회를 통해 참 감사하게도 이것저것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어릴 때 많이 경험해봤다.


"그 경험들로 이뤄낸 것 중엔 멋도 모르고 지나간 것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엄청나게 짜릿한 순간들도 많았다."


내가 설마 Joan Corenella와 시니, 혀노 작가(죽음에 관하여 웹툰 작가)와 같은 곳에 이름이 적힐 줄 알았겠는가.

왼쪽부터 'Don't panic 매거진', 'MONOCROWN 앨범 Thanks to'

"그래 뭔가 많이 하고 있어. 근데 돈은 어떻게 벌지?"

이 많은 경험들로 분명히 배운 것들은 많지만 혼자 하다 보니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알기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가가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열쇠였고 동시에 나의 최대 약점이었다.


그걸 할 수 없다면 그냥 난 조금 이름 알려진 가난한 예술가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이 일들을 하면서 가장 뼈에 새긴 가치.

 "역시 뭐라도 해야 기회가 생기네.'

를 되새기는 동시에 중학교 친구에게 같이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오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하고 싶었던 '광고'와 잘해왔던 '예술'을 결합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치열하게 보냈고, 다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이뤄내게 된다.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혹여나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궁금하거나, 뭔가를 같이해보고 싶다면 편히 연락 주셔도 좋겠다는 마음을 끝으로 두 번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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