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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Feb 05. 2024

바로크는 늪인가?

2024년 2월의 음반 리뷰

ALPHA1011 퍼셀, 마테이스, 필라르모니카 부인의 소나타와 모음곡

350년 전 런던은 이미 인구가 50만에 이르는 유럽 제일의 도시였다. 융성한 극장과 음악홀에 각지의 명인이 초빙되었다. 1660년 런던에 도착한 이탈리아 작곡가 니콜라 마테이스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은 묻혔지만 마테이스가 런던에서 불러온 선풍은 대단했고, 여기 수록된 그의 모음곡을 통해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1659년생인 학생 헨리 퍼셀이 마테이스의 음악을 알았음은 자명하다. 그가 1695년 급서하고 20년이 지난 뒤에 ‘필라르모니카 부인’이 일련의 소나타를 발표했다. 비발디와 코렐리 스타일을 능숙하게 구사한 이름 모를 여인의 음악이 예술 황금기 런던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연주: 르 콩소르

ALPHA1018 샤르팡티에 & 데마레: 테 데움 

뭘 찍은 거냐?

장 바티스트 륄리가 루이 14세의 음악을 독점하던 시기가 점차 막을 내리자, 샤르팡티에와 데마레가 차례로 빛을 보았다. 스페인 네덜란드 전쟁의 승리를 축하했던 샤르팡티에의 그 유명한 <테 데움>은 20세기 중반 이래 유럽방송연맹(EBU)의 시그널로 쓰이며 강렬한 상징성을 배가했다. 데마레는 어린 제자와 재혼에 따른 누명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망명 생활을 하다가 로렌 공에게 의탁했다. 당시 쓴 <테 데움>은 리옹에서 필사본이 발견되었으며 이 음반이 첫 녹음이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주도하는 두 작품은 앙상블 레 쉬르프리스의 다이내믹한 앙상블에 더없이 어울리는 선택이다. 

연주: 앙상블 레 쉬르프리스, 루이 노엘 베스티옹 드 캉블라

제발 뒷부분도 좀 듣자

A552 18세기 파리의 만돌린 

파도바 태생으로 자신이 창단한 피치카르 갈란테 앙상블을 이끌고 활동 중인 안나 스키바차파의 두 번째 아르카나 앨범. 그녀와 동료들은 전작에서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건반 소나타를 만돌린 편곡해 18세기 만돌린의 폭넓은 인기를 증명했다. 이들은 이번에도 세 개의 작자 미상 소나타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스카를라티의 곡이 아니라 프란체스코 몬티, 바르톨로메오 콘티, 니콜라 아임과 같은 음악가의 곡임을 밝혀냈다. 또 악기가 지정되지 않은 곡들이 분명 만돌린을 위한 곡이었음을 연주로 증명했다. 테너 마르크 모용도 민속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한다.

연주: 안나 스키바차파 (만돌린), 피치카르 갈란테 앙상블, 마르크 모용 (테너)

이곳은 트레비소, 빌라 파르코 볼라스코의 축제의 방이라 한다

CVS101 샤를 10세의 결혼 축하연 음악 

이러니 난리가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773년 베르사유에서 열린 아르투아 백작의 결혼 축하연 음악 재현. 루이 15세의 손자이자 루이 16세와 루이 18세의 동생인 백작은 프랑스 대혁명의 원흉 가운데 하나였으나 영국으로 망명한 뒤 나폴레옹 퇴위 뒤 귀국해 형을 이어 샤를 10세로 즉위했다. 결국 1830년 7월 혁명으로 다시 퇴위하는 문제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절대왕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왕실 잔치를 위한 음악은 그 어떤 연회보다 화려하다. 알렉시스 코센코와 그의 악단은 라모와 프랑쾨르, 몽동빌, 베르통, 뷔리와 같은 무대음악 장인이 78명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쓴 ‘교향악의 서막’을 초연 장소에서 부활시켰다.

연주: 알렉시스 코센코 (지휘), 레장바사되르 오케스트라

Chateau de Versailles

디아파종 도르, 쇼크 드 클라시카 

그래도 남긴 건 있는데..

CVS118 몬테베르디: 포페아의 대관식 (Blu-ray & DVD) 

네로 황제와 포페아의 추악한 치정을 그린 몬테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는 그동안 인간의 욕망과 충동적인 행동에 대한 바로크식 반응으로 해석되어 왔다. 각자의 짝을 버리고 충신 세네카마저 죽음으로 내몬 끝에 목적을 달성하는 이 두 운명의 꼭두각시는 분명 매력적인 볼거리이지만, 알라르콘은 그 이상으로 베네치아가 교황의 로마에서 보내는 신랄한 비판을 읽어낸다. 그는 또 고집스럽게 반복되는 불협화음에서 바그너보다 훨씬 오래전에 라이트모티프가 만개했음을 확신한다. 연출가 테드 허프먼은 고대 로마의 궁전을 현대 부르주아 거실로 실감 나게 옮겨왔다.

연주: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 (지휘), 카펠라 메디테라네아

Chateau de Versailles 

꿈은 이뤄졌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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