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호 May 10. 2024

고뤠?

2024년 5월의 음반 리뷰

ALPHA1030 베로니크 장 - 프랑스 낭만주의 가곡집 

오늘날 관현악 반주에 붙인 프랑스 가곡은 시조인 베를리오즈의 연작 <여름밤>과 드뷔시, 뒤파르크의 몇 곡 외에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베르니크 장과 에르베 니케는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는 시도로 ‘풍경’이라는 제목의 모음집을 선사한다. 구노와 포레는 베를리오즈와 드뷔시를 연결해 주며 레이나도 안도 그들의 중요한 후예이다. 테오도르 뒤부아의 발굴이야말로 음반의 가장 값진 성과이며, 생상스 또한 얀 뵈롱(ALPHA273)의 전작을 재조명한다. 니케는 포레의 <샤일록> 가운데 ‘녹턴’과 마스네의 <에스클라르몽드> 중 ‘전원곡’ 따위를 시의적절한 간주곡으로 더했다.

연주: 베로니크 장 (메조소프라노), 뮌헨 라디오 오케스트라, 에르베 니케 (지휘)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타이틀곡인 레이날도 안의 <풍경>

ALPHA1059 르클레르, 프랑쾨르, 르벨: 바이올린과 비올을 위한 소나타

바로크 실내악의 숨은 보고를 여는 앨범. ‘골든아워’는 일출과 일몰 전후 전개되는 빛의 스펙트럼에 대한 비유이다. 여기서는 비올라 다 감바의 시대가 저물고 바이올린의 시대가 떠오르던 루이 14세와 루이 15세 사이 정치적 격변기의 프랑스 음악을 은유한다. 이때는 단순히 악기의 부침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프랑스 취향이 하나로 결합하며(‘Goûts Réunis’), 트리오 소나타 양식이 장차 피아노 트리오로 발전할 토대가 마련되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베이스를 위해 쓴 장 마리 르클레르의 트리오 소나타를 비올라 다 감바와 바이올린, 클라브생 용으로 편곡한 시도가 그런 변화를 대변한다.

연주: 뤼실 불랑제 (비올라 다 감바), 시몽 피에르 (바이올린) , 올리비에 포르탱 (클라브생)

Alpha 스케르초 익셉셔널 

LECLAIR: Trio Sonata in D Minor, Op. 4, No. 1

ALPHA1054 스카를라티 & 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 

시몽 피에르 베스티옹은 도메니크 스카를라티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150년 시간 차를 <스타바트 마테르>(각각 1715년과 1877년 작)라는 공통 작품으로 잇는 전무후무할 작업을 감행했다. 마침 두 곡은 비슷한 기악 반주를 뼈대로 한다. 스카를라티가 오르간과 테오르보, 베이스 비올을 썼다면, 드보르자크는 원곡이 피아노 반주이며 뒤에 관현악 편곡을 내놓았다. 베스티옹은 스카를라티의 기존 편성을 확대하고, 드보르자크는 피아노와 현악 파트로 간추려 접점을 찾았다. 더 나아가 두 음악의 순서를 뒤섞어 자식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시간을 초월해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한다. 

연주: 라 텡페트, 시몽 피에르 베스티옹 (지휘, 편곡, 구성)

Alpha 

CKD714 버르토크: 허수아비 왕자, 춤 모음곡 

버르토크는 5년 앞서 쓴 단막 오페라 <푸른 수염 영주의 성>과 한날 연주할 발레로 <허수아비 왕자>를 작곡했다. 한동안 독창성이 덜한 초기작 취급을 받았지만, 점차 바그너/슈트라우스와 드뷔시를 자기 것으로 만든 시도로 인정받고 있다. 공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허수아비를 만든 왕자, 하지만 요정의 농간으로 공주는 허수아비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주문이 풀려 다시 왕자와 공주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예술가(왕자)와 창작물(허수아비), 수용자(공주)의 관계를 암시한다. 루마니아 거장 마첼라루는 발굴 아닌 창작 민속음악 <춤 모음곡>으로 동유럽 기운을 폭발시킨다.

연주: 크리스티안 마첼라루, 서독일 라디오 교향악단

Linn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CKD660 라수스 - 음악의 연금술사 Vol.1 

당대 음악의 성과를 자유롭고 능숙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 라수스의 연금술사와 같은 능력을 조명하는 삼부작의 첫 앨범. 마드리갈에 기초해 쓴 ‘마니피카트’(마리아 찬가)를 담은 1집에 이어, 2집은 모테트에 기초한 칸티쿰, 3집은 샹송에 뿌리를 둔 곡들로 예고했다. 필리프 케이브는 1백 곡이 넘는 라수스의 마니피카트 가운데 선후배 작곡가의 마드리갈을 바탕으로 쓴 열네 곡을 골라 두 장의 앨범으로 나눠 실었다. 세속적인 내용을 담은 마드리갈을 가사와 함께 듣고, 이것을 라수스가 어떻게 종교 음악으로 바꿔놓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연주: 마니피카트, 필리프 케이브

Linn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ORLANDUS LASSUS // ‘Gloria Patri: Magnificat Quando lieta sperai’
매거진의 이전글 반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