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2 레벨 교육을 마치고
2 레벨 수업이 끝났다. 그렇다. 이제 남은 건 테스트라는 얘기다. 이틀 뒤, 정확히 11월 11일 11시에 아시아 최대 수심 딥스테이션에 입장한다. 딥스의 최고 수심은 36미터. 나는 일단 12미터까지 다녀오면 된다. 문제는 내가 지금껏 수면에서 제일 멀리 내려가 본 깊이가 5미터라는 것이다. 5미터 안쪽에서는 숨을 참는 기분이 어떤 건지, 물과 내 몸이 어떻게 경계를 허무는지 조금 안다. 하지만 5미터 보다 더 깊은 곳의 환경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어제 트레이너님과 일종의 가상 체험 같은 걸 했다. 5미터 바닥에 물구나무 선 채로 이퀄을 네다섯 번 해보기. 부이 압착판을 붙잡고 엎드린 채로 30초까지 헤아리기 등등. 가슴이 답답하거나 못 견디게 숨을 뱉고 싶거나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5미터 바깥은 내겐 미지의 세계다.
먼저 수심 5미터에서 구조 연습을 하고 CWT연습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했다. 부이 하나에 네 명의 다이버가 매달렸는데 모두 딥스에 다녀왔거나 다녀 올 예정의 다이버들이었다. 테스트를 앞둔 터라 비장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다양한 다이버들과 버디를 하거나 연습을 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입수 전 릴랙스 방법, 피닝, 턴 동작, 회복호흡 등을 반면교사할 수 있다. 나쁜 점은 경쟁이다. 멘털 스포츠이자 자기와의 대화가 필수인 프리다이빙이 경쟁이 되는 순간 내가 원하는 물속의 고요는 사라진다. 한 박자 더 천천히 하고, 한 번 더 긴장을 푸는 순간이 필요하다. 어제도 트레이너의 지침을 무시하고 물속 숨차기를 더 오래 하려는 다이버가 있었다. 나 또한 저들보다 덕다이빙을 더 깔끔히 해 보이겠다는 과시욕을 시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빨리 알아차리고 물속에 잠긴 어깨를 털며 한 템포 늦췄다.
하지만 딥스에 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나댄다. 적당한 긴장을 환대하는 편이고 실제로 적당한 긴장은 독이기보다는 약이다. 문제는 수위 조절이다. 긴장을 알아채고 볼륨을 조절해야 한다. 5미터 바깥세상은 미지의 세계지만 새로운 환대가 필요한 세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마스크 압착은 어떻게 올지, 숨은 얼마나 찰지, 12미터에 있는 캔디볼을 잡게 되면 턴을 하고 올라오는 순간 기분이 어떨지, 그때 나는 핀을 조금 더 빨리 차게 될지, 턱을 조금 더 당기고 손은 허벅지에 올린 채 여유 있게 상승할지 궁금한 게 너무나 많다.
8월 4일, 광주에 있는 5미터 풀장 문을 두드렸다. 돌이켜 보면, 한 시간 반 운전을 해서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부터가 이상하다. 수영장 수영을 몹시도 싫어했고, 옷 벗고 한 데 우글우글 들어가는 것이 싫어 공중목욕탕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제 홀딱 벗고 수영장 화장실에 입장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도, 공간도, 문자 그대로 물 설고 낯선 그곳에 백일 가까이 드나들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집중의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그 대상이 내 손을 잡았고, 나도 그렇게 스며들었다. 몰차노브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난 5회 차 수업 때 처음으로 물을 타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느꼈다. 사이드 피닝을 하면서 바라본 수영장 타일은 파랐고, 그 파란 빛깔은 고요의 빛깔이었다.
두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감 또한 크다. 나는 내가 더 고요해지길 바란다. 물이 나를 더 당겨주길 바란다. 그러려면 나 또한 변형되어야 한다. 긴장을 풀고 물이 원하는 몸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한없이 허물어져 만날 수 있는 고요는 어떤 빛깔일까. 일단은 테스트에 통과하고 싶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도 고요를 만나기 위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