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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Oct 31. 2023

누가 끌고 간 것도 아닌데

-10월 마지막 몰차노브 트레이닝

정말 가기 싫더라. 가면 해야 할 일이 뻔 한데. 무슨 짓이든 '숨 참기'가 기본인데, 급똥 참을 때처럼 땀이 비 오듯 하는데, 그냥 목구멍 열고 후 뱉고 마시면 천국이 도래하는데, 왜 굳이 목구멍을 닫고 숨을 참고, 거기다 겨우 마신 숨을 뱉어 내기까지 하고,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횡경막을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랄 발광을 해야 하는지. 근데 어이없는 건, 그 모든 게 내 의지로 하는 일이라는 거. 


도착해 보니 풀장 주차장,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몇몇 강사 혹은 강사 후보생들이 입수 전 대기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상투적이긴 해도 거짓은 아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일종의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라 쓰고 보니, 프다 10년 차쯤 되어 보인다. (3개월 차다) 프리다이빙의 여러 종목 중 나는 정적인 종목에 관심이 있었고 잘하기도 했다. 스태틱(숨 참기)이 그중 하나다. 첫 스태틱에서 2분 10초를 기록했다. 일반인은 보통 1분, 잘하면 1분 30초 정도라고 한다. 두 번째 스태틱은 2분 29초. 할 때마다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몰차노브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병행하게 된 CO2테이블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1분 20초에서 시작, 2주 만에 순조롭게 2분 15초대로 넘어왔지만 2주 동안 진전이 없었다. 몰차반 단톡방에 구조 요청을 하자 단박에 응답이 왔다.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교육기관의 총수(김정은은 아니다)라 할 평가관님의 댓글이었다. 삼십 분 넘게 전화 상담이 진행되었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시간을 재지 말고 컨트랙션을 세라', '컨트랙션이랑 친구 먹어라 (컨트랙션아, 너 왔니? 어차피 올 거면 오너라~)' 우물에 빠졌는데 동아줄을 부여잡은 심정이었다. 


10월 마지막 몰트는 지금껏 훈련한 결과를 보는 시간이란다. 스태틱을 하고 다이내믹을 할 거란다. 왜 하필, 숨도 안 참아지고, 숨이 안 참아지니 마음이 급해져서 피닝에 모터를 단 이 시점에 테스트를 한단 말인가. 트레이닝팀 다이버들이 모이길 기다리며 풀장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도대체 나는 왜 프리다이빙을 시작했고, 빠질 수도 있는 오늘 트레이닝에는 왜 왔고,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 왜 집으로 가지 않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들었다. 에고 모르겠다. 고속도로를 달려올 때는 집에 가는 순간을 꿈꿨고, 슈트를 입을 땐 벗는 순간을 꿈꿨으며,  엠티 렁 스트레칭을 할 땐 속으로 살짝 평가관님을 욕했고(발설하지는 않았다), 대망의 스태틱은 왠지 뭐든 괜찮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오오오! PB도 깼다. 3분 8초! (그렇다. 이 글의 목표는 바로 요 자랑질을 위함이다)


하지만 다이내믹은, 웨이트를 차고 중성부력을 맞추라는데, 나는 어째서 매번 줄 밑으로 내려가 바닥과 사랑에 빠지는지. 결국은 풀장 벽에 헤딩했고 평가관님이 내 턱과 뒤통수를 받치고 수면 밖으로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도 그 순간, 오, 구조의 정석은 이것이로구만, 하면서 고통을 배움으로 승화한 나를 칭찬해.

평가관님 말씀에 의하면 중성부력 못 맞춰서 5미터 밑으로 내려가 다시 5미터 위로 올라왔으니 57미터를 주행한 셈이라고. 바닥에 너무 가까이 닿으니까 수면으로 나가기 전에 숨이 모라자면 어쩌나 싶어 죽을힘으로 벽 타고 올라왔다. 50미터에서 3미터 남겨 놓고. 엉엉


사실 오늘 오전에도 풀장에 갈까 고민했다. (꿈속에서도 다이내믹을 했는데 다행히 머리는 안 부딪혔다.) 이번 주는 풀장에 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몸으로 확인을 하지 못하니 초조하다. 어제 스태틱처럼 물소리에 집중하면서 다이내믹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아주 천천히 물을 타며 다이내믹을 하는 나를 여러 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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