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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Oct 25. 2023

빡트는 계속된다

-몰차노브 트레이닝 2,3회 차 그리고 레벨 2 첫 교육

두 번째 몰트(몰차노브 트레이닝) 후 일주일 동안 예상치 못한 일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 상황을 직면하고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하여, 일주일 후 다시 풀장에 갈 수 있는 행복을 누렸다. (이 얘기는 나중에)


빡트에서 무엇을 하는지 기록하는 건 어쩐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한 달에 4회, 그러니까 매주 월요일에만 시간을 내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알았다. 이 트레이닝은 본디 4회 차로 끝날 수 있는 트레이닝이 아니었다. 매번 한계를 넘어서는 것,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그 마지막을 한번 더 늦추는 것, 그것이 몰트의 핵심이고 본질이다. 그렇다. 몰트의 끝과 시작은 나에게 달렸다. 


렁스트레칭으로 폐를 단련하고, 팔 벌려 뛰기나 발차기를 숨을 멈춘 채로 한다. 준비호흡을 충분히 한 후 25미터를 무호흡으로 가는 것도 환장할 일인데, 숨을 마셨다가 뱉은 후 다시 25미터를 주파한다. 배영으로 출발선에 돌아오면 실성 상태가 될 때까지 이것을 반복한다. 요령 피우기는 정말 싫지만 물에서 숨을 뱉는 순간 몸속으로 들어 올 물을 생각하면 몸을 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정적인 상태에서 컨트랙션(호흡충동)은 어느 정도 조절 할 수 있지만 동적인 상태에서는 컨트랙션을 느낄 겨를도 없다.


3회 차 몰트를 마친 다음 날, 레벨 2 교육을 수강했다. 덕다이빙이나 CWT연습은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다이내믹을 25미터 이상 해 본 일이 없다. (레벨 2 통과를 위해서는 40미터가 필요하다) 다이내믹 턴이 신통치 않아서 더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은 트레이닝&테스트 날이니 사력을 다해야 한다. 스태틱 PB(personal best) 2분 29초, 테스트 기준 2분을 이미 넘었다. 오늘의 과제는 다이내믹과 블랙아웃 다이버 구조, 그리고 스태틱 버디 코칭이다. 


스태틱 버디 코칭을 해야 하는데 스태틱 PB를 갱신하라는 말인 줄 알고 시작부터 긴장했다. 아침 루틴인 CO2테이블도 원활하지 않았다. 테스트를 받는다는 압박이 전체적으로 몸의 릴랙스를 망가뜨린 기분이다. 결국 스태틱은 지금껏 한 중에 최저 기록을 찍었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스태틱 자체가 아니라 스태틱 버디 코칭이다. 다이버와 충분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다이버의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등을 가만히 잡아주듯 눌러준다. 수신호를 정하고 다이버가 출수 의지를 밝히면 손을 난간에 얹게 하고(난간을 부여잡지 말고!) 다리를 벽 가까이 놓게 해 준다.


다이내믹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벨 2 테스트를 통과했다. 하지만 왕복 50미터 풀장, 그러니까 25미터 턴 후 10미터를 참지 못하고 출수했다. 강사님 말씀으론 입수자세와 피닝 문제라고. 다이내믹 입수는 덕다이빙 자세가 아닌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웨이브 하기. 그리고 스트록 후 피닝. 나는 호흡이 가빠지면서 피닝이 빨라지는데 입수 후 처음부터 피닝을 좀 더 빨리 해줄 필요가 있단다. 몰트 때 평가관님이 백 피닝 시 발가락을 써야 한다고 하시기에 그걸 신경 쓰느라 피닝 폭을 넓히는 데만 집중한 것 같다. 이건 다시 체크해야 할 부분.


다이버 구조의 핵심은 턱과 뒷목을 들어 올리는 손에 있는 것 같다. 왼손으로 턱을 잡고 오른손으로 뒷목을 잡은 채로 팔을 쭉 뻗으면서 출수한다. 구조자 먼저 회복호흡을 하고 턱을 잡았던 왼손은 손바닥이 부이 쪽으로 오게 세운 후 구조자의 목을 받치고 뒷목을 잡았던 오른손(오른팔)을 부이에 걸친다. 이때 핀을 부이줄에 고정한다. 허리를 세워야 편하다. 오른손 물 털고 마스크 벗기고 BTT 3회. 이후 구조호흡 5회 이후 풀장 밖의 사람에게 구조 요청.


출수하면서 H강사에게 '이제 딥스(깊은 수심 풀장) 가도 되겠냐'라고 물으니 "된다. 자신을 믿어라."라고 답한다. "하라고 하는 건 다 하시잖아요. 다른 강사님들도 칭찬 많이 하시죠? 스스로를 믿으세요. 긴장만 안 하시면 돼요." 잘한다는 칭찬보다 더 기쁜 건 '하라는 건 다 한다'는 그 말. 나는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내가 모르는 세상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분별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하라는 걸 다 해보기로 했다. 그걸 알아채 준 나의 첫 강사 H강사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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