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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Oct 12. 2023

빡트를 시작하다

-몰차노프 트레이닝 1회 차 그리고.

몰차노프 트레이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한 다이버가 이렇게 대답했다.


"빡센 트레이닝이요."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본 게임 이전에 선수들이 트레이닝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모습보다 그 훈련 과정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래서 주황색 고깔과 잔발 훈련용 사다리를 쇼핑몰에서 검색한 일도 있다. 인도 여성 레슬러의 이야기를 다룬 <당갈>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위에서, 비가 쏟아지는 실외 경기장에서 몸을 내던지며 훈련하는 장면은 언제나 나를 압도한다. 몸을 내던지며 가끔은 몸을 괴롭히는 행위가 주는 희열, 그렇다. 나는 몸을 괴롭히는 행위를 사랑한다.


스태틱으로 시작해서 다이내믹 몇 번 돌다가 프리이멀전으로 이퀄 체크한 다음 덕다이빙하면서 수심으로 들어가는, 뭐 그런 일정일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해 온 CO2 테이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렁 스트레칭 방법을 배웠다. 매일매일 두 가지를 병행하고 단톡방에 공유할 것. 이런 훈련은 모름지기 하루도 빼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숨을 참은 상태에서 팔 벌려 뛰기도 했다. 숨 참기와 회복호흡을 반복하면서 팔 벌려 뛰기 숫자를 하나씩 늘려간다. 다섯 개를 연달아하니 죽고 싶지 않으면 멈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닝 연습엔 콩나물이 최고다. (맞다. 프리다이버들은 악보도 그리나 싶었던 그 콩나물이다.) 똑바로 서서 손을 허벅지에 지문이 스치듯 둔 채 피닝을 하는 것이 1단계, (이 때는 쇄골이 물밖으로 드러나면 된다.) 손목을 수면 위로 내미는 것이 2단계, 팔꿈치를 내밀면 3단계, 스트록 하듯 만세를 하면서 피닝을 지속하는 것이 4단계이다. 4단계에선 피닝폭을 좁혀야 버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레이닝할 때는 다리를 찢듯 피닝 폭을 넓힌다. 발목에 힘주지 말고 골반, 엉덩이로 핀을 찬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롱핀의 회전력을 감당하는 것이다. 즉 물을 타야 한다. 


레벨 2로 올라가려면 Aida기준 40미터 다이내믹에 성공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풀장이 25미터이다 보니 턴 연습이 필요하다. 배웠다. 보면 알겠다. 하지만 하면 안 된다. 왜일까. 또 어딘가 불필요한 힘을 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 몰차노프 트레이닝은 4회 차이고 그 과정에서 실력을 최대치로 뽑아내고 싶다. 그러려면 다시 연습이 필요하다. 다이내믹 턴 영상을 반복 시청했다. 알겠다. 저렇게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확인을 하려면 풀장에 가야 한다. 나는 수요일 저녁 6시에 빡트를 시작했고 8시 45분에 출수했으며 10시 반에 집으로 돌아왔다. 목요일 오전 10시, 나는 다시 풀장에 있다. 집에서 풀장은 왕복 세 시간 거리다. 이쯤 되면 순순히 환장했음을 인정하는 편이 좋겠다. 다이내믹 턴을 연습하려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오늘도 오리빵을 아주 많이 구웠다. 오랜만에 P강사를 만났고 CWT턴은 완전히 습득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축하의 세리머니, 물 튀기기(?)도 받았다.  자세가 나쁘지 않으니 조금 더 천천히 입수 해보라는 제안이 있었다. 입수할 때 의도적으로 천천히 들어가니 루틴이 깨져서 턴 동작이 망가졌지만 수면 아래로 건너가는 듯한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계속 더 천천히 부드럽게 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다만 그 순간의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목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다. 다음 주 월요일 빡트까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트레이닝이 많다. 조급해지지 않기. 오버페이스 하지 않기. 오래 할 수 있는 상황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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