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책불혹 Jul 09. 2023

공개된 SNS를 하는 이유

An outlook on the world

내 삶의 일부를 공개하고 널리 알리고 싶지 않다. 내세울 것이 없기도 하고 현시점에 그렇게 만족도 높게 살고 있지도 않다. 비교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도 않다. 나를 빗대어 '상대적 박탈감'을 주거나 혹은 '그래도 내가 좀 낫네' 하며 안도감을 주기 위한 것도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시간대에 살고 있으며 각 사람마다의 시차가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블로그를 써 내려가기로 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초등학교 때는 억지로라도 일기를 썼었다. 그 당시 일기에 대한 강제적인 교육 방침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학생들의 일기를 볼 수 있던 담임 선생님이 일기 하단에 적어주시는 피드백 받기를 좋아해서였던 것도 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으면 그렇게 좋아했다. 그렇게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쓴 초등학교 시절의 일기를 성인이 되서 보니 나름의 추억이며 웃을 거리가 되더라. 물론 이젠 강제성이 전혀 없다보니 쓰기가 귀찮아진 것도 사실인데 나이를 좀 먹고 나니 어떤 의미에서 일기란 것이 '유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하지만 내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 일기이자 유서인 것이다. 


내겐 죽마고우 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 둘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떠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 남긴 sns게시물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가장 환희의 순간을 그곳에 올려둔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남은 유족들은 친구들의 클라이맥스를 다시 보게 되면서 더 큰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니 이렇게 흔적으로 남겨두는 일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 공간은 나의 흔적, 일기이자 유서이다. 특출나게 타고난 것은 없으나 나라는 사람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어떻게 살았었다는 것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알길 원한다. 희로애락 가릴 것 없이 모두 담을 예정이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읽는 데에 세월을 써야 할 만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는 못생기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