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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Nov 27. 2020

불안장애, 도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불안장애 직장인 8년 차 이야기

 


 최근 반영된 모 프로그램에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모 연예인의 표정이 전국으로 중계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반대로 편집을 그렇게 한 방송국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났다. 꼭 그 사람의 힘든 모습을 전국의 방영해야만 했을까? 그 사람의 주변 지인들 아니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방송을 보면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겠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직접 방송화면을 보게 된다면 '방송에 나가서 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생겨버리고 말 것이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불안이라는 감정을 줄여나가야 할 이 시간에 그에게는 불안의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악의적인 편집은 아니었겠지만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모 연예인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고 굉장히 화가 났다. '돈 많이 벌어둔 연예인 공황장애쯤은 걱정거리도 아니에요~!', '프로답지 못하다고 봅니다', '아야 우리 모두 아파도 회사 나가지 않냐. 별 걱정 다하시네' 등등 그들의 반응은 이렇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악했는지 무서웠다. 불안장애를 경험해보았다면 절대 이런 댓글들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런 댓글 들은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그의 생활을 사지로 내모는 격이다. 나는 그가 이런 글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할 테니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정말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지난 4년 불안장애를 경험한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은 반응은 비슷했다. 그렇다면 불안장애가 얼마나 힘들길래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것일까. 


 당신은 걱정을 넘어서서 불안해본 적이 있는가? 매달 돌아오는 실적평가가 있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번 달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 또 욕먹겠지? 어쩔 수 없지..... 이 정도의 반응은 걱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안은 다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변 사람들은 날 무능력하다고 무시하겠지?', '곧 이 회사에서 잘리고 말 거야', '난 먹고살 수 있을까?' 등등 걱정은 한없이 많아지고 불안이 확장된다. 그러나 이 감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인 반응으로까지 나타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몸이 떨린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떨리기도 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떨리기에 멈출 수 또한 없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이런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게 힘이 들까? 24시간 동안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승선을 목표로 갖고 24시간 내내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육체적으로 정말 고통스럽지 않을까? 불안장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24시간 동안 불안에 대해서만 생각하기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둘 다 고통스럽다. 뜀은 자력으로 멈출 수 있지만 불안은 멈출 수 없기에 그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불안장애 환자는 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멘털이 무너진 상황이다. 이미 머릿속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꽉 차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불안이라는 감정과 연관 지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 또한 처음 몇 번은 불안에 대한 이야기 걱정스럽게 들어준다. 그렇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매일 반복되는 대화 내용이 불안이라면 계속해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 있다. 불안장애 환자를 도와주는 것은 힘내라는 표현보다도 계속 들어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당신에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부유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듯한 그들의 겉모습들은 그들을 행복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들이 왜 죽었을까. 불안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불안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지만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존재한다. 당신의 생각을 조금 바꾸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불안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불안장애 환자는 지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의 한마디에 그가 나아질 수는 없지만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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