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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May 15. 2022

다양한 사람 만나기, 퇴사 3주 후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퇴사 이후 3주 차, 조금은 여유를 찾아 생활하는 듯 보였지만 다시 조급함은 찾아오게 되었다. 퇴사 후 바로 작성했던 이력서 덕(?)인지는 몰라도 여러 곳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많게는 하루에 2번씩 면접을 보기도 하였다. 운이 좋게도 1차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다음 면접으로 가는 경우도 생기도 했고 서류에서 조차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로 인해 자신감도 높아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나름 회사에서는 우수한 사원으로 일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나를 찾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에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면접의 연속으로 조금은 지쳐갔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면접 보기 위해 면접 준비를 해야 될 뿐만 아니라 과제도 해야 하고 코딩 테스트도 봐야 한다. 그런 과정들이 최소 3주에서 1개월 이상은 걸렸다. 불합격하면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아쉽지만 이러한 상황들은 여유 있던 나의 모습에서 다시 조급한 나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마다 방문하는 정신과이지만 이번 달은 조금 일찍 찾아갔다. 그만큼 나에게 불안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나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의사 선생님은 얼굴을 보자마자 나의 상황을 인지하신 듯했다. 무언가 나에게 불안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을 아신듯한 얼굴이었다. 가끔은 의사 선생님께 꾸준히 약을 먹지 않아 혼난 적도 있고 그래서 찾아가는데 조금 걱정스러웠다. 또 혼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감 없이 나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나의 퇴사 이야기를 말씀드렸지만 생각보다 많이 놀라워 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잘 해왔고 푹 쉬면서 준비하자고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나에게 말해주었다. 인생은 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연히 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이고 미래이다. 그렇기에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말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고민인 45세 이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도 당연한 거다라며 답변해주셨다. 그래도 45세까지는 보이는 게 얼마나 다행이지 않냐면서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 미래를 생각하면서 힘들어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 45세 이후를 계획한다 해도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 미래 때문에 현재 본인이 힘들어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만을 생각하고 불확실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내가 잊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고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그렇다. 매번 똑같은 일들로 불안에 떨고 걱정하고 있고 참 사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어른들은 이 난관들을 다 극복한 것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이 좋게 인사이드라는 앱을 통해 상담사와 상담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나에 브런치 글을 보고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가 있었고 그렇게 상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인사이드라는 앱은 상담을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과거에 나는 상담을 장기간 받아본 적이 있어 상담에 대해서는 좋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의 상황에 맞닥뜨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정하고 상담을 하게 되었다. 장기간의 상담을 통해 이론에 대해는 나름 빠삭하다고 생각했지만 내제화를 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컸다. 그래서 그런지 상담에 대해 기대를 크게 가지고 상담에 들어가지 않았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상담이라는 것은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나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한참 이직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나의 모습에 대해서 상담사 분은 그 모습에도 아직 당신을 원하는 회사(퇴사 전 마지막 회사)들이 있지 않냐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주셨다. 불안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은 늘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놓치는 부분도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이번 상담을 통해서 또 하나를 얻게 되었다. 상담이라는 것은 위로를 받을 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하는 방식을 고쳐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또 하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그 상황들에 대해서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숫자로 적어보는 것들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족상황 (10/100)
이직할 수 없을 확률 (5/100) 등등.... 
잘할 수 없을 확률(이건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그 수치가 높진 않다. 작은 수치에 내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글로 표현할 때 또 한 번 여유를 찾게 된다. 사람이 글로 써보는 것과 안 써보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불안장애 환자라면 더더욱이 말이다. 이렇게 또 한걸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분명 나의 이 불안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만한다. 5년 동안 불안과 함께하고 있지만 아직도 쉽지 않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절반 정도의 생활은 즐겁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불안이 왔으면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살만하다. 분명 내 상황에 대해 변화한 것은 없고 단지 마음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사 선생님께 상담을 통해 또 한 번 불안과 함께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조금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나의 글을 전부 읽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그 불안은 과거에도 똑같이 경험했었던 것이었다는 것을. 과거에도 잘 이겨 냈었고 앞으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또 한 번 나는 어른이 되어감을 느끼게 된다. 미래에 대해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 잘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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