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지옥 같은 퇴사 4주 후를 경험한 불안장애 환자 멜밍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녀석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불안에 대해서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그 녀석에게 무너지고 말았던 한 주였다. 불안이 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최종면접이 엎어진 것 때문이었다. 한 회사에서 1차 면접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못 봤었고 또 다른 회사에서는 최종면접 3시간 전 취소 통보를 받았다.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최종면접을 3시간 전에 취소를 당하니 멘털이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다시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면서 극도의 불안상태가 되어버렸고 결국 우울감도 다시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지난 한 주를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 불안으로 다가왔다. 그 누구도 나의 퇴사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지만 나 혼자만의 해석으로 죄책감을 갖게 되었고 혼자 미안했다. 또한 그 누구도 나에게 취업을 빨리하라고 강요한 사람도 없었고 그냥 나 혼자만 급하다. 심지어 나의 아내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조급함과 자신감, 자존감이 밑바닥을 찍었고 점점 우울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퇴사 후 이직은 어렵다고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불안장애 환자에게는 불확실한 미래도 불안으로 다가오는데 다음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불확실한 부분을 최대한 줄여나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밤이다.
늘 나의 힘듦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 이외에도 나의 형이 있다. 나만큼 불안에 대해서 잘 알고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언제나 내가 힘들 때면 항상 나를 찾아와 주는 고마운 형이다. 그런 형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의 상황에 대해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1시간 남쯧 이야기를 했었을까. 불안과 우울이라는 녀석이 조금 발자취를 감춘 듯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지금까지 왜 우울했었을까.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이직의 어려움,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등 이런 생각들로 계속 우울이 멈추지 않았었다. 그럼 그 상황들을 벗어나게 되면 우울감이 사라질까?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다른 식의 불안이나 우울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상황에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치료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불안이 다가와도 이겨낼 수 있는 맷집을 키울 것인가를 선택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불안과 우울을 상황에 연결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이 발생한 것이 아니고 불안과 우울에 걸려서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다. 암에 걸리는데 이유가 있나? 불안과 우울이 발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경로로 불안과 우울이 오는지 찾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나처럼 계획 없이 퇴사한 사람 전부가 불안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자꾸 원인을 생각 속에서 찾다 보면 계속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불안과 우울을 상황과 엮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어려울 것 같아', '이제 취업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이 모든 생각은 다 우울과 불안이라는 병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요즈음 나의 삶은 불안과 우울을 치료하기 위한 시간으로 집중되어있다. 뉴스, 책,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들은 불안, 우울 치료를 위해 운동을 추천한다. 불안장애 환자라면 운동할 힘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운동하는 것이 치료라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운동하는 것이 항우울제를 먹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뉴스도 있다. 나 또한 무기력하고 힘들고 걸어 다닐 힘조차 없지만 나는 진짜 웃으면서 살고 싶고 단 1시간만이라도 아내와 딸과 웃으면서 예전처럼 지내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운동을 나서고 있다.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1주일도 안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운동하는 도중에 힘들면 욕도 나오고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긴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어떻게서라도 불안과 우울이라는 녀석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극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