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한 날짜는 정확히 4월 18일, 그리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퇴사 2달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주는 딸의 돌잔치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냄과 동시에 나에게 있는 힘을 다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내 딸 생일 축하해)
내가 작성한 이번 주의 이력서는 10여 개 정도 남짓 된다.
나의 이력서 제출 방법은 아래와 같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제안 직접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작성하는 방법 지인 추천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래에는 내가 받는 헤드헌터의 제안들이다. 정말 내 이력을 읽지도 않고 보내는 헤드헌터도 있고 성심성의껏 보내는 헤드헌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회사에서의 채용담당자가 보내기도 한다. 166개의 제안이나 되지만 내 마음에 드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나의 첫 실험은 이력서를 있는 대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나의 업무는 2가지로 나뉘어있다. 개발자로 갈 것인지 PM업무로 갈 것 인지. 그 두 가지 방향 모두로 이력서를 닥치는 대로 작성하고 있다.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 다시 노예의 삶을 살기 위해 들어가 보려고 하는 나 자신을 가끔 멀뚱 쳐다보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부품처럼 일을 하는 것뿐일까 라는 생각뿐이지만 우선적으로 10년간 내가 해왔던 일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할까? 딱히 무엇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이 시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말 그대로 폭풍 이력서 작성이다.
퇴사 1개월째 가고 싶은 회사들은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지만 나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1개월째 이력서는 단 3곳 정도 작성했던 것 같다. 다들 1차 면접 2차 면접 등 떨어진 아쉬움이 있다. 대기업에 있다 보면 굉장히 작은 일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요즘 회사들이 원하는 인재는 다방면의 커리어를 갖고 전문성을 갖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 것 같다. 막상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의 JD(Job description)을 보면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사람을 뽑는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회사는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결국 뽑아 놓으면 비슷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대략 10여 개 정도의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연락 온 곳은 한 곳이다. 다음 주 9주 차 월요일에 면접이 잡혔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갖기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블록체인이라는 도메인을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하고 호기심이 있긴 했다. 이번 기회에 해당 기업에서 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이토록 다시 이력서를 쓰면서 힘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싫었고 하루하루가 정말 눈물로 살았던 사람인데 왠지 모르게 힘이 생기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정말 도움이 되는 것만 같다. 나는 일주일에 3~4번 정도의 헬스장을 가서 PT도 받고 산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산책보다는 운동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무엇이라도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음에 마음 건강이 조금이나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아내 또한 '회사를 구하는 것도 구하는 것이지만 네가 아파 보이지 않아서 그것만이라도 난 좋아'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만났구나 라는걸 여지없이 깨닫게 된 8주 차였다.
그리고 8주 차에는 나의 아내도 답답했는지 사주를 보러 다녀왔다. 인생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 가끔씩 사주를 보는 취미가 있다. 나는 사주를 보지 않기에 아는 지인과 같이 다녀왔다. 사주에서 남편의 사주도 서비스(?)로 봐줬는데 나와 아내는 8월부터 잘 풀린다고 이야기를 했다. 과연 그 사주는 맞을 것인가 굉장히 궁금하다. 아마 퇴사 13주 차 ~ 17주 차까지의 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그전에는 취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
무튼 퇴사 8주 차, 모든 것은 변한 것은 없다. 우리 가족이 굶는 일이 없을뿐더러 가족들과도 어색하게 잘 지내고 있고 아내와 딸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물건을 살 때 한두 번 더 고민하는 그런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돈 때문에 걱정을 해본 적은 없었던 우리지만 긴급 경제상황으로 인해 조금은 허리띠를 졸라 메고 살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갖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아니 나를 위해서라도 경제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