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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un 19. 2022

10년차 직장인 폭풍 이력서, 퇴사 8주 후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내가 퇴사한 날짜는 정확히 4월 18일, 그리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퇴사 2달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주는 딸의 돌잔치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냄과 동시에 나에게 있는 힘을 다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내 딸 생일 축하해) 

내가 작성한 이번 주의 이력서는 10여 개 정도 남짓 된다.

나의 이력서 제출 방법은 아래와 같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제안
직접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작성하는 방법
지인 추천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래에는 내가 받는 헤드헌터의 제안들이다. 정말 내 이력을 읽지도 않고 보내는 헤드헌터도 있고 성심성의껏 보내는 헤드헌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회사에서의 채용담당자가 보내기도 한다. 166개의 제안이나 되지만 내 마음에 드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나의 첫 실험은 이력서를 있는 대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나의 업무는 2가지로 나뉘어있다. 개발자로 갈 것인지 PM업무로 갈 것 인지. 그 두 가지 방향 모두로 이력서를 닥치는 대로 작성하고 있다.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 다시 노예의 삶을 살기 위해 들어가 보려고 하는 나 자신을 가끔 멀뚱 쳐다보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부품처럼 일을 하는 것뿐일까 라는 생각뿐이지만 우선적으로 10년간 내가 해왔던 일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할까? 딱히 무엇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이 시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말 그대로 폭풍 이력서 작성이다.


 퇴사 1개월째  가고 싶은 회사들은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지만 나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1개월째 이력서는 단 3곳 정도 작성했던 것 같다. 다들 1차 면접 2차 면접 등 떨어진 아쉬움이 있다. 대기업에 있다 보면 굉장히 작은 일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요즘 회사들이 원하는 인재는 다방면의 커리어를 갖고 전문성을 갖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 것 같다. 막상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의 JD(Job description)을 보면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사람을 뽑는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회사는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결국 뽑아 놓으면 비슷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대략 10여 개 정도의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연락 온 곳은 한 곳이다. 다음 주 9주 차 월요일에 면접이 잡혔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갖기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블록체인이라는 도메인을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하고 호기심이 있긴 했다. 이번 기회에 해당 기업에서 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이토록 다시 이력서를 쓰면서 힘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싫었고 하루하루가 정말 눈물로 살았던 사람인데 왠지 모르게 힘이 생기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정말 도움이 되는 것만 같다. 나는 일주일에 3~4번 정도의 헬스장을 가서 PT도 받고 산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산책보다는 운동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무엇이라도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음에 마음 건강이 조금이나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아내 또한 '회사를 구하는 것도 구하는 것이지만 네가 아파 보이지 않아서 그것만이라도 난 좋아'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만났구나 라는걸 여지없이 깨닫게 된 8주 차였다.


 그리고 8주 차에는 나의 아내도 답답했는지 사주를 보러 다녀왔다. 인생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 가끔씩 사주를 보는 취미가 있다. 나는 사주를 보지 않기에 아는 지인과 같이 다녀왔다. 사주에서 남편의 사주도 서비스(?)로 봐줬는데 나와 아내는 8월부터 잘 풀린다고 이야기를 했다. 과연 그 사주는 맞을 것인가 굉장히 궁금하다. 아마 퇴사 13주 차 ~ 17주 차까지의 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그전에는 취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


무튼 퇴사 8주 차, 모든 것은 변한 것은 없다. 우리 가족이 굶는 일이 없을뿐더러 가족들과도 어색하게 잘 지내고 있고 아내와 딸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물건을 살 때 한두 번 더 고민하는 그런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돈 때문에 걱정을 해본 적은 없었던 우리지만 긴급 경제상황으로 인해 조금은 허리띠를 졸라 메고 살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갖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아니 나를 위해서라도 경제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절대 급하게 선택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자. 급하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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