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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ul 10. 2022

오늘 휴가세요?, 퇴사 후 10~11주 차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오늘 휴가세요?

 최근에 들은 말 중 많이 듣는 편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는 말이기도 하다. 퇴사 후 10주 차 즉 2개월 조금 넘은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은 나를 보며 다들 일을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 흔한 미용실 선생님부터 엘베에서 만난 앞집 아주머니, 헬스장 트레이너 선생님 등 다양한 곳에서 나에게 오늘 휴가라고 묻는다. 사실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이 뿐만 아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설문조사에서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도 있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이처럼 직업이 내 삶의 얼마만큼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시기이다. 이 말에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이렇게 내가 우스 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하면 더 큰소리로 웃곤 한다. 그만큼 사람은 사회에서의 소속감을 필요로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언가 내 나이 34살에는 당연히 일을 해야만 하고 하고 있어야 하나 보다. 세상의 편견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곤 했다.

 특유의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내 성격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위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말이다. 무직이에요, 백수예요, 놀고 있어요 전부 자존감이 떨어지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나는 최선의 단어를 선택했다. '쉬고 있는 중이에요'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최근 면접 중에 면접관으로부터 가장 뼈 때리는 말을 들었다. '아 그럼 지금은 무직인 상태이시네요?'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쉬고 있는 중이라는 좋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무직이라고 재차 알려주는 건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아쉬운 사람은 나이기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10~11주 차에는 수차례의 면접들을 진행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면접자를 대하는 태도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확연히 달랐다. 잦은 이직이 있는 이력에 받아들이는 것, 현재 직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랐다. 스타트업은 한 명 한 명 사람이 급해 보이긴 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는 면접관들의 자세와는 달리 대기업의 스타일은 사람이 그리 급해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이전에 내가 봤던 면접들처럼 말이다. 스타트업은 나름 실무진의 모든 팀원들이 들어와서 기술면접을 본다. 나름 부담스러운 자리이지만 한 명이 회사에 기여하는 의존도가 높기에 그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운이 좋게도 11주 차를 맞이하여 2개의 회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이제는 '휴가예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갈 듯하다.


 불안장애환자인 나는 최근 2주 동안의 시간은 행복했다. 웃을 일만 가득했고 언제 불안했냐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조금 걱정이 많아졌다. 2개의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또한 걱정이 되었다. 어느 것이 나의 최선의 선택일지 너무나 어려웠다. 나는 이미 한 번의 선택에서 후회스러운 선택을 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선택이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나 2곳의 회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진 않지만 여러 지인들에게도 묻고 웹 서칭도 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한다. 그래야 내 선택에 후회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씩 다시 일을 하게 되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조금씩 올라오는 시기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곧바로 운동을 하고 온다. 어느 순간 운동은 나의 불안 치료제가 되어버렸다. 운동을 하고 오면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자신감도 생기고 나의 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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