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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Oct 30. 2024

책리뷰 '즐거운 어른'

동쪽에 위치한 '책방 제주풀무질'에서 유쾌한 에세이 한 권을 구매했다. 저자 자신을 가정주부라 소개했지만 주부로만 살기엔 아까운 명석한 두뇌와 재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까지 갖춘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세상 쿨한 부분은 먼저 떠난 남편의 죽음을 그리 슬프지만은 일로 담담하게 표현하며 지난 세월 여자이자 어머니로써의 의무를 행해야 했던 삶의 해방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저자는 사우나에서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몇 십 년 요가를 하고 때론 운전도 하며 자유로이 살고자 하는 독립적인 70대다.


제주풀무질 내부

그녀가 말한 내용 중 기억에 남고 공감도 되었던 부분은 결혼 전 여행을 가고 짧게나마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에 주부로 살면서 후회가 없을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내 주변 혹은 20대 중후반에 결혼한 사람들이 말하는 공허함은 자신의 꿈을 위해 여러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과 30대 중반이 되어 꿈을 위해 도전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홀로 선택이 어려워진 것이다. 아무래도 이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바로 출산하게 되면 자아정체성을 찾는 시간보다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를 한참 키우고 나서 공부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즐거운 어른 책 표지

결국 사람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원할 수밖에 없고 일을 통해 존재 가치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결혼 후에도 각자의 일을 갖고 살아야지만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경제권이 한 가정 내에서 권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 평등한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그 옛날엔 경제권이 가장의 권위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요즘 시대는 양쪽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쪽이 힘을 휘두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권위주의와 가부장문화, 유교문화에 흠뻑 젖어있다면 세상과 가정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 아직 세상은 많이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못했다. 아무리 AI이니 신문물로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해도 한 인간과 세대의 사고방식이 변화를 거치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1세대, 2세대가 세상에 사라지고 그다음 세대가 새로운 세상에서 받아들인 문화로 또 다른 세상을 열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한 기업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강경 보수주의자들이 떠나야지만 그다음 기업 문화를 새롭게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별 수 없는 부분이 세상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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