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비춰지는 일본은 참 예쁘기만 합니다. 인스타그램 속 일본의 모습은 너무나 정갈하여 언젠가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 또한 일본에 대한 작은 환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을 떠올리면 '깔끔'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MUJI, 유니클로와 같은 브랜드를 경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러한 이미지를 떠올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막상 가본 일본은 일반적인 상상과 다른 면도 많았습니다. 언제나 지진에 대한 두려움,상대적으로 높은 노인 인구 비율, 취업은 한국보다 쉽다고들 하지만 죽어가고 있는 도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도착한 도쿄의 시부야는 회색 하늘 사이로 높은 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습니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일본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시체 같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속 일본의 날씨와 달리 축축한 습기와 빗줄기에 본의 아니게 쳐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사실, 도쿄와 관련된 책이 이미 많이 나온 상태이기 떄문에 사람들로부터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제 스스로도 많이 했습니다. 도쿄 그림 에세이 ‘당신은 몇 개의 가면을 쓰고 있나요?’는 일본을 비판하는 책은 아닙니다. 조금 더 재정의하여 말하면, 도쿄에서 느낀 일본 사람들의 이면 그리고 한국 문화와의 차이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 에세이입니다. 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차 문화가 발전하였는지, 기모노는 언제부터 생긴 언어인지, 그리고 일본 디자인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써내려간 책 입니다. 혹여나 저의 광범위하지 못한 지식이 일본과 한국의 문화를 잘못 왜곡할까봐 '인문·역사 서적'을 토대로 하여 쓴 내용도 있습니다.
책을 만들게 된 이유는?
졸업 이후 꽤나 열정적으로 살아왔지만, 무의미하게 회사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살고 싶진 않다는 마음이랄까요. 물론, 시간이 남아돌 만큼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정신적 박탈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적다보니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었습니다.
이번 작업물을 통해 ‘대단한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목표는 저와는 일찌감치 맞지 않는 방향성인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저의 책을 보여줌으로써 콘텐츠 제작자이자 브랜드 기획자로서 정체성을 일궈내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고민과 나름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낸 책이 지금 여러분들께 알려드리는 ‘도쿄그림에세이’입니다.
다른 곳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나요?
4월 24일까지 해방촌에 위치한 ‘런드리프로젝트 laundry project’에서 작은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해방촌이라는 지역 특성 상 다양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이고, 그만큼 활발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이 그린 일본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그런 생각에 진행하게 된 전시이기도 합니다.
런드리프로젝트에 방문하시면, 책 샘플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셔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