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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Dec 23. 2023

나의 파혼 이야기

이별을 결심했다면 과감하게


헤어짐을 결심했다면


지금은 행복한 결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오래  만난 사람과 파혼한 적이 있다.


 20대의 대부분, 8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낸 그 사람과는 막상 결혼을 준비하려고 보니 안 맞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대로 진행되는 것이 무리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이별을 결정하지 못했고 그 여파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상실감도 컸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나마 20대의 끝자락에서라도 이별한 것이 다행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할 시간이 있었다.


  지인들 중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다. 이혼이 아닌 것이 어디냐고. 그렇다 이혼이 아닌 것이 어디냐. 이혼이었으면 더 큰 상처가 남았을 것이고 어쩌면 내 성격으로는 극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극복했더라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혼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것이 낫다. 그저 정해진 결말을 알면서 달려가느니 지금 당장 아프더라도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 사람과 만나는 동안에도 결혼준비에 이르기 전 이 사람과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것도 꽤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음에도 결혼 준비에 이르렀던 것은 반쯤은 책임감이었다. 20대의 찬란한 시절을 나와 보낸 사람에 대한 책임과 의리.


  그런 책임감으로 견디어가던 중 유부남인 선배가 시의적절하게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책임감과 의리 하는 것은 너 혼자만 가져가야 되는 것은 아니야. 상대도 그런 마음을 마찬가지로 가져야 하고 너의 그런 마음을 받을 자격이 되는  지를 깊게 생각해 보렴."


 견딤만으로는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견딜수록 내 마음의 내구력은 빠르게 소모되어만  갔다.


 그동안의 추억들은 모두 매몰비용이 되었다. 아마 조금이라도 빨리 이별을 결심했다면 그 매몰비용은 적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명확하고 과감하지 못했기에 내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굳이 파혼이 아니라도 오랜 연인과 결혼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면 서로를 위해 과감하게 관계를 정리하기를 권한다.


 빠르게 마음을 굳힐수록 서로에게 더욱 정중하고  덜 아픈 방법으로 이별을 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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