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대부분, 8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낸 그 사람과는 막상 결혼을 준비하려고 보니 안 맞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대로 진행되는 것이 무리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이별을 결정하지 못했고 그 여파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상실감도 컸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나마 20대의 끝자락에서라도 이별한 것이 다행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할 시간이 있었다.
지인들 중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다. 이혼이 아닌 것이 어디냐고. 그렇다 이혼이 아닌 것이 어디냐. 이혼이었으면 더 큰 상처가 남았을 것이고 어쩌면 내 성격으로는 극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극복했더라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이혼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것이 낫다. 그저 정해진 결말을 알면서 달려가느니 지금 당장 아프더라도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 사람과 만나는 동안에도 결혼준비에 이르기 전 이 사람과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것도 꽤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음에도 결혼 준비에 이르렀던 것은 반쯤은 책임감이었다. 20대의 찬란한 시절을 나와 보낸 사람에 대한 책임과 의리.
그런 책임감으로 견디어가던 중 유부남인 선배가 시의적절하게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책임감과 의리 하는 것은 너 혼자만 가져가야 되는 것은 아니야. 상대도 그런 마음을 마찬가지로 가져야 하고 너의 그런 마음을 받을 자격이 되는 지를 깊게 생각해 보렴."
견딤만으로는 관계가 유지되지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견딜수록 내 마음의 내구력은 빠르게 소모되어만 갔다.
그동안의 추억들은 모두 매몰비용이 되었다. 아마 조금이라도 빨리 이별을 결심했다면 그 매몰비용은 적었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명확하고 과감하지 못했기에 내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굳이 파혼이 아니라도 오랜 연인과 결혼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면 서로를 위해 과감하게 관계를 정리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