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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Oct 25. 2024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를 듣고, CD를 재생하는 요즘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6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하다가 혹은 자기 전에 종종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를 듣곤 했다.


당시 내가 즐겨 듣던 채널은 <별이 빛나는 밤에>

나지막한 DJ의 이야기를, 또 전국에서 보내오는 사연을 듣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마을에 사는 이웃 주민 같은 느낌이 들어 방안에 온기가 퍼졌다.


라디오 전파를 타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통해 온갖 사람들과 만나며, 어린 시절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구경하곤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있는 청취자들 덕에 말이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주파수를 맞춰가며 라디오를 듣지 않아도 더 재미있는 세상이 레이더망에 걸려들어와, 조금씩 조금씩 라디오라는 매체와 자연스레 거리가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지지직거리며 아날로그식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출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안에 있는 버튼 하나로 깔끔한 음질의 라디오가 재생되니, 혹여나 듣는다 하더라도 아날로그식 기기는 영원히 안녕일 줄 알았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지 14개월이 된 지금, 우리 집에는 CD 카세트 플레이어와 라디오까지 재생이 되는 플레이어가 생겼다. 우리 집에 이런 아날로그식 기기가 들어오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여름학기 때부터 다닌 문화센터에서 CD를 나누어주어서, 사실 당시에는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게 무슨 CD를 주는 거야!' 하고 불평하며 서랍장 안에 바로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학기에도 또다시 새로운 CD를 받았는데, 재료비 명목으로 낸 금액을 쓰지도 못할 CD로 자꾸 받으니 기분이 조금 상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엄마들도, 요즘 시대에 CD플레이어 있는 집이 어디 있냐며 불만을 내비친 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찰나 아기가 문화센터에 반복해서 가게 되니 좋아하는 노래가 생겨서, CD로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드디어 구입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앞으로 아이 교육을 시키게 될 때 여전히 CD가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나중에도 필요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사서 틀어주자 하는 마음에 구매를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집에 오게 된 CD 카세트 플레이어 겸 라디오.


낮에는 CD 플레이어로 무척이나 만족스럽게 사용을 하고 아기를 재워놓고 거실을 어둡게 해 놓은 뒤에 지지직 주파수를 맞추어 라디오를 켜보니, 그 감성이 이루 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잔잔하게 거실에 깔린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남편이,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날로그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다.

여기저기서 남발해 오는 정보와 볼거리들로 혼란한 요즘, 적당히 잔잔한 볼륨으로 우리 집안을 고요히 유지시켜 주며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라디오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매체 같았다.


그리하여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CD 플레이어는, 왜 CD를 나누어주냐며 불평했던 내가 무색할 정도로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아기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니 좋고, 남편과 내게도 밤시간의 차분함을 선사해 주니 말이다.


가끔은 옛날이 참 그리울 때가 있다.


이렇게 오랜만에 새로운 아날로그 기기를 들인 만큼, 의도적으로라도 종종 아날로그 생활을 해보려 노력해야겠다.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는 세상이 너무나 편해도, 아날로그가 주는 감성과 감정은 완벽히 또 다른 맛이니 말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여섯 번째 날이다.


요즘 아기가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면 내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바로 CD 플레이어이다.

지금 바로 노래를 틀어달라는 신호!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도 밥을 먹는 중에도, 아기의 노래 큐 사인은 정말 쉴새가 없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그리고 비싸지도 않은 걸, 나는 왜 불평만 하고 여름 학기를 지나갔을까!' 후회막심이긴 했지만, 이제라도 샀으니 다행이다 싶다.


사실 아기 장난감이나 교구 그리고 책과 같은 것들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필요해 보이는 것을 모두 다 사버리면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에 구매에 신중하려던 마음이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엔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사지 않다가 (요즘에는 유튜브에서도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 너무 많으니까!) 아기가 방방 뛰며 좋아하는 음악이 한가득 들어있으니, 이건 사줘야겠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아기도 엄마도 아빠도, 덕분에 모두 행복해진 우리 집 아날로그 기기 CD플레이어.

이렇게 아기덕에, 추억 속 세상을 다시 만난 느낌이다.


엄마아빠에게 아날로그의 감성을 선물해 준 우리 아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내일 또 신나게 노래를 불러주며 아기와 즐겁게 놀아야겠다.


'아가야, 재미있는 음악 많이 많이 듣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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