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7
아기를 낳기 전부터,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면 엉덩이를 붙일 새 없이 늘 바쁘게 움직이곤 하셨다.
할게 뭐가 있다고 자꾸 움직이냐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엄마 눈에는 온 집안이 정리할 것 투성이로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엄마가 있던 자리는 금세 번쩍번쩍 광이 나고 깨끗해지는 마법이 일어났고, 엄마 덕분에 나는 더욱 깨끗해진 집에서 얼마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난 현재, 엄마는 아기랑 노느랴 집안 일 하느라 전보다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셨다.
엄마가 말씀하시기로, 딸을 가진 아줌마들끼리 '딸내미네 집에 가면 허리가 아파서 온다'는 이야기를 하신다고들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니~ 그러니까! 아기를 보러 오셨으면 좀 아기랑만 놀아~' 하고 대답을 했지만, 사실 엄마의 마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엄마 앞에서는 '나중에 나는 우리 딸네 가서 절대 안 그래야지~ 나는 놀고만 올 거야!' 하고 당당한 척했지만, 막상 나도 딸내미네 집에 가게 되면 이것저것 해주느라 허리가 아파오는-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이곳저곳을 쓸고 닦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는 건,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삭신이 쑤셔오는 것은 일을 다 마친 뒤에 비로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엄마는 그렇게 우리 집에 오면 늘 열심히 정리하고 닦고 요리를 하신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너무도 달라서, 아직 엄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온전히 똑같이 느낄 수 없지만 조금씩 그 감정을 배워가는 요즘.
아직 엄마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만, 엄마가 내게 보여주는 엄마로서의 희생정신을 본받아 아기에게도 사랑을 듬뿍! 그리고 사랑을 준 우리 엄마에게도 사랑을 듬뿍! 전해야겠다.
엄마 엄마 엄마! 사랑해요!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일곱 번째 날이다.
지난주에 이어 우리 엄마아빠가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찾아오셨다.
두 분이서 단풍여행을 떠나신다고 한 게 이번주 초였는데, 아무래도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고 계획을 전면 수정하신 것이다.
'엄마 아빠, 언제나 웰컴입니다!'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나는, 아기를 안고 엘리베이터 앞에 숨어서 엄마 아빠를 기다렸다.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려던 엄마아빠는 아기를 보고 아주 활짝 웃으시며, 아기와의 행복한 시간을 그렇게 시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너무도 신난 아기는, 할머니한테 고목나무 매미처럼 꼭 붙어서 품에 얼굴을 비비며 할머니의 마음을 또 사르르르 녹게 만들었다.
오늘도 엄마아빠가 우리 부부에게 시간을 주신 덕에 행복한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기가 재롱부린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아빠가 정말 자주 내게 말씀하시는 이야기.
' 아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더 오래오래 살기 위해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어. 지금껏 살면서 제일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 잘 키워줘서 고마워, 사랑해! '
(아빠가 보낸 메시지를 보지 않아도 외울 정도로, 너무 자주 하시는 이야기이다. 내가 쓴 이 멘트를 보시면, 아마 아빠가 본인의 생각이랑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게 써놓아서 깜짝 놀라실지도 모른다!)
우리의 결심으로 낳은 아기가, 어쩌다 보니 부모님께 가장 잘 한 효도가 된 것 같아서 참 좋다.
아기를 보며 우리도 행복하고- 부모님도 행복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니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랑 오래오래 행복을 나누며 지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한 하루다.
행복을 저 멀리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서 잦게 잦게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보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오늘도 무척이나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