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8
며칠 전 글에서, 수면이 부족해 오랜만에 아기와 함께 낮잠을 잤다고 쓴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뒤 오늘, 일요일이지만 일정도 없고 남편이 함께 있기에 믿을 구석이 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오전 1시 이전부터 오후 1시까지 잠을 잤다.
끝없이 밀려드는 피로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아침에 아기가 맘마를 달라고 하는 소리에 잠시 잠이 깼다가-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시 잠에 들어버렸다.
사실 안도하며 잠이 든 게 아니라, 아마 잠결에 아기 소리를 듣고는 오늘은 일요일이니 남편에게 맡겨도 된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인지하고는 잠이 들었으리라.
평일이었으면 정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찌어찌 아기를 데리고 나가 밥을 주며 억지로 잠을 깼을 텐데,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남편 고마워요!)
아니 근데, 내가 12시간을 잘 정도로 피곤했나!
생각해 보니, 요즘따라 피곤이 누적되어 가끔 머리가 아파오기까지 해서- 딱 한 번이라도 맘 놓고 푹 오래오래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긴 수면을 취해보았는데, 정말이지 자도 자도 졸려서 오늘 하루종일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어제 엄마가 해놓고 가신 영양 가득 삼계탕을 먹고, 우리 세 가족은 집에서 함께 놀다가 4시경부터 또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아니 이 집에는 누가 수면가루를 뿌려 놓은 거야?!’
그렇게 우리 모두 눈을 떠보니 시계는 어느덧 6시.
평소 같으면 이렇게 자는 걸로 시간을 허비한 것에 스스로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텐데, 오늘은 14시간이나 잘 수 있어서 좋았다. 기나긴 시간 동안 쌓인 피로를 이렇게나마 풀 수 있었으니 말이다.
습진이 낫질 않아 다시 찾은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에 졸음 유의 약이 두 정이나 들어있어서 더욱더 잠이 쏟아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저러나 잘 자고 나니 몸이 전보다 훨씬 개운하다.
밤이 된 지금, 이 정도 잤으면 말똥말똥해야 할 텐데 다시 또 졸린 듯한 느낌이 들어온다.
내일은 월요일, 새로운 한 주가 본격적으로 또 시작되니 일찍 자는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어봐야겠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여덟 번째 날이다.
늦은 낮잠까지 잘 자고 일어나, 뚝딱뚝딱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고 아기와 함께 잠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시간이 몇 시가 되었지~? 하고 휴대폰을 보려는 찰나, 친구에게 너무 반가운 소식이 띠링하고 도착했다.
‘나 오늘 아기 낳았어!’
37주 2일, 예정보다 조금 빨리 급작스레 아기를 만났지만 아주 건강하고 예쁘게 세상에 태어났다. 갑자기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갔는데 진진통이라서 오늘 낳아야 한다고 해서 출산을 하게 되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친구가 얼마나 기특(?)한 지!
나도 일 년 전에 겪은 일이지만, 작디작은 아기를 사진으로 보니 너무 울컥하고 또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 아기는 태어났을 때 본인의 몸 크기만 했던 곰돌이 인형을 안고 다닐 정도로 컸는데, 친구 아기는 얼마나 또 쑥쑥 커나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아기를 낳아서, 함께 엄마로서의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니 무척이나 기쁘다.
서로 의지하고 공감해 가며, 씩씩하게 우리 아기들을 잘 키우는 멋진 엄마들이 되기를 바라보며-
‘아기야!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환영해! 이모가 많이 예뻐해 줄게, 우리 가족들 함께 재미있는 곳 많이 다니며 신나게 놀자!’ 하고 메시지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