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9
초록초록했던 나뭇잎들이 어느덧 알록달록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하얀 옷이 입혀지겠지!
작년 이맘때 아기는 신생아였기에 집에만 꼼짝 않고 있었고,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올 가을은 부단히 산책을 나서고 있다.
혹시 찬바람으로 감기에 걸릴까 싶어, 옷을 두 세 겹 입히고 두꺼운 담요까지 덮어준 채 말이다.
오늘은 아기의 앙증맞은 양손에 낙엽을 쥐어주어 보았다. 초록초록 무성했던 나뭇잎이 가을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나무에서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말이다.
내 말을 귀담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손에 쥔 낙엽이 포로롱 떨어지려 하는 찰나 잽싸게 잡아버리는 아기의 모습에 ‘가을의 낙엽을 잘 느끼고 관찰하고 있구나!’하고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보았다.
아기의 모든 탐색의 끝은 혀로 가져가는 것이기에, 혀로 닿기 전에 낙엽을 잽싸게 빼앗아 울음을 터트릴 뻔했지만 다시 쥐어줬더니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여서, 엘리베이터 버튼 눌러보기에 관심을 보일 때 낙엽을 빼앗아 내 주머니에 쏙 넣어버렸다.
신나는 단풍놀이를 마치고 와서 우리 함께 손과 발을 닦고 침대에 누우니, 아기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노랑, 빨강, 갈색, 초록 등 알록달록 나뭇잎을 타며 하늘을 훨훨 날아다녔을까~?
알록달록 단풍들을 보고, 아기의 머릿속 스케치북에 어떤 알록달록 색상이 그려졌을까 궁금해졌다.
한 발짝 한 발짝 뗄 때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을 줍기 바쁠, 일 년 후의 아기를 상상해 보며- 아기가 주운 낙엽으로 그림도 그려보고 책갈피도 만들어보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세 식구 중에 누가 누가 제일 잘했나 대회도 열고 말이다!
나는 아기와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다.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하는 날이 평생에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또 그렇게 길지 않은 세월일 듯싶다.
’ 엄마는 벌써 아쉽고 서운해지려 하네!‘
가을 그리고 겨울, 봄, 여름 모든 계절에 아기가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과 경험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해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지만, ‘좋은 추억과 경험들이 쌓여나가 따뜻하게 잘 자라고 있는 중이라면 엄마는 참 더할 나위 없겠어-’라고 속삭여보는, 그런 어느 가을의 따뜻한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아홉 번째 날이다.
엄마아빠랑 양손 꼭 잡고 아장아장 걸으며 느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또다시 맞을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추운 줄도 모르고 손과 코 끝이 빨개지도록 펑펑 내린 눈 위에서 신나게 놀 우리 아기.
초록초록해진 들판 위에서 예쁜 꽃들과 곤충들을 관찰하느라 바쁠 우리 아기.
땀을 송골송골 흘리며 살이 타는 줄도 모르게 뛰놀다가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무더운 여름을 알차게 보내게 될 우리 아기.
직접 주운 낙엽으로 재미있는 그림놀이를 할 우리 아기.
남편과 나, 우리 둘이 함께 보냈던 수많은 사계절이지만- 요즘같이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계절이 기대되고 설레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기와 함께라서 더 순수하게 그리고 더 자세하게 즐기게 되는 사계절.
그냥 지나칠 것들도 아기의 시선에서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니, 정말이지 자연에는 신기한 변화들이 참 많다.
앞으로도 아기와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껴가며, 느릿느릿 변해가는 풍경들을 눈에 함께 담아봐야겠다.
’아기야 사계절 놀이터로 우리 함께 나가보자!‘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백 번째 글을 아래에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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