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자기소개
올해 마흔 하나(82년생, 01학번). 삼성 금융계열사 1년반 다녔고 취재기자 10년 조금 넘게 했습니다. 이어 지방 중소도시에서 보좌관 2.5년(임기제공무원). 너무 하고 싶던 기자가 힘들게 돼서 즐겁게 일했고, 보좌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뜻밖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그러니까 모시던 분이 낙선하고 상대 후보가 당선된 거죠. 임기제도 물론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라 남은 임기(2.5년)는 버텨도 되지만 제가 나가주는 게 서로 깔끔한 상황이 됩니다.
사직을 예상 못한 터라 고민에 빠졌습니다. 여러 대안을 저울에 달아보았습니다. 기자는 10년 넘게 열심히 했고 나름의 월계관도 얻어 미련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지난해초까지 공영방송사 이사(비상임)를 3년 했습니다. 다시 평기자(차장급)로 돌아가기 애매하고 언론산업이 쇄락하다보니 판이 어지러워 내키지 않았습니다. 보좌관을 더하면 4년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므로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애정하던 방송사도 단체장이 바뀌면서 격랑에 휩싸였고 골치가 아팠거든요. 범(凡)정치계열과의 연은 접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공무원은 5급으로 있다 나와 같은 급으로 행시를 보자니 1년으로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자격증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격증에 기대어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전문가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으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중에서 세무사 자격증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업용 자격증이라는 것, 일반인에겐 꽤나 어려운 지식을 다루므로 열심히 하면 먹고살만 하다는 점, 자산(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등이 좋았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얻은 잡다한 지식과 경험을 써먹을 길도 없지 않아 보였구요.
엉뚱하게 세무사시험 진입을 결심하고 1년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체조 평균봉 종목으로 치면, 40대의 실패는 더 높은 평균봉에서 떨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경력을 상당히 쌓아둔 상태였고 사회적 관계도 두루 넓은 편이라 수험생활로 단절기가 오래 되면 정상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이 다치는 거죠. (적어도 수험바닥에선) 노인이라 기억력, 학습력도 전 같지 않구요. 아무튼 20, 30대와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동차(동차, 생동차, 이런 말도 수험생활 시작하며 알게 됐습니다)를 노렸고, 딱 1년만, 대신 인생에서 가장 사치스럽다 할 만큼 공부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파이팅 넘치게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웠고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매일 매일 겨우 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수정신고>는 기존에 신고, 납부한 세액이 기준에 미달해 납세자가 스스로 세액을 수정해 신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것으로 <기한후 신고>가 있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수정신고는 확정력이 있고, 기한후 신고는 확정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수정신고는 납세자 스스로 다시 신고한 과세표준으로 세액이 최종 확정되지만, 기한후 신고는 납세자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관청이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액이 확정됩니다. 저는 마흔에 새로 얻어낸 직업에 결정력을 부여하는 의미로 수정신고라는 단어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