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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Mar 29. 2024

이제 더치페이는 일상이에요

요즘 친구들과의 모임은 미술 전시회를  다음 식사와 커피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보고 늦게 식당으로 가면 직장인들이 물러간 시각이라 좀 여유 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어제도 예전 직장 동료 두 명과 만나 여의도 더 현대에서 '폼페이 유물전'을 본 ,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우리 사람은 풋풋했던 30대에 직장에서 만났다. 직장이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 집직장을 오가며 바쁘게 산 공통점이 있. 세월이 흘러 중학교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한 동료 한 명과 나는 벌써 은퇴를 지만, 우리보다 젊은 다른 동료는 이번 2월에 정년 퇴임을 했다. 퇴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따끈따끈한 은퇴 새내기는 지방에 있던 짐들을 버릴 수 없어 끌고 왔더니 서울 집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두 집이 아니라 한 집만 챙겨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에서 긴 세월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라 이야깃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 "시간이 빨리도 가네!" 다음에 만날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은퇴를 했지만 모두 각자 바빠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아니다. 마신 커피 잔을 반납대에 갖다 놓았다. 이제 비용 정산 시간이다. 전시회 티켓은 현장에서 각자 계산했으니 놔두고, 밥값과 커피값을 결제한 후배 동료가 비용 총액을 삼등분한 금액과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 주었다. 친구 겸 동료 그리고 , 두 사람은 각자 은행 앱에 들어가 알려준 액수를 바로 송금했다.


이제는 더치페이가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가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더치페이를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일찌감치 지갑을 꺼내  동료가 다른 사람들을 밀치고 계산대 앞에서 결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다음번에는 다른 동료가 서둘러 앞으로 나가 계산을 한다. 나름 공평하게 서로 돌아가면서 계산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더치페이가 자리 잡았다. 


20여 년 전 안식년으로 호주에 을 때 이웃에 살던 70대 밥(Bob)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집에 놀러 온 30대 아들과 식당에 가면 계산은 따로 한다고 했다. 문화 충격이었다.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우리는 부모와 자식이 따로 결제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흔한 일이 될 날이 올까? 다음 글은 그때의 상황을 영어로 적은 것이다.

Either you or I pay it all
https://brunch.co.kr/@hskimku/100


오늘은 대학 친구 두 명과 만난다. 약속을 잡다 보니 점심을 연달아 이틀 나가서 먹게 되었다. 남편은 산책을 한 후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을 거라고 했다. 나는 혼밥이 어색한데, 남편은 다행히 거리낌이 없다. 식당이 한가해지는 오후 1시가 넘으면 혼자 가도 눈치를 덜 보게 된다는 팁까지 잘 안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눈을 찡긋하며 엄지와 검지로 오케이 사인을 동그랗게 만들어 보였다.


오늘 보기로 한 전시는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이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는 한 친구는 언제나 차를 운전하고 다. 덕분에 전철로 가기에는 애매한 마이 아트 뮤지엄에 편히 갈 수 있었다. 차를 가져온  친구가 미술관 티켓을 예매했고 다른 친구는 식사비와 커피값을 카드로 지불했다. 역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누구라고도 할 것 없이 계산하자고 했다. 우선 식사비와 커피값을 정확하게 1/3 해서 알려줘 그 자리에서 송금했다. 편하게 차 얻어 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주차비는 늘 경비에 포함시킨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가야 주차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차를 가져온 친구는 집 도착 후 티켓비와 주차비를 더해 세 등분한 액수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나는 카톡을 보자마자 얼른 송금했다. 다른 친구도 돈을 보냈다는 카톡을 올렸다. 더치페이는 이제 일상이다.


물론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친구 한 명과 만나는 경우는 예전 방식대로 번갈아가며 낸다. 둘이서 1/n 하면 어색하다.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도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다. 서로 내겠다는 실랑이가 오고 가지만 누가 내든 기쁜 마음으로 계산한다.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한 턱을 내기도 한다. 대학교 학과 친구들 모임에서는 총무가 걷은 공동회비로 지출다. 대학 동아리 고참 선배들은 음식값을 전부 내는 경우도 있고, 음식값 전부를 내지 않더라도 1/n에 웃돈을 얹어 넉넉하게 내는 경우 다. 후배들이 돈을 적게 내게 하려는 배려다.


사실 더치페이를 처음 할 때는 없고 야박하게 느껴져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 부담이 없고 편하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 사이에서는 한 사람이 결제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1/n 내는 방식은 계속될 것 같다.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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