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능을 닮은 기술, 혹은 전혀 다른 새로운 지능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흔히 ‘인간의 지능적 행동을 기계로 구현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정의는 표면적이다. 본질적으로 AI는 지능이라는 개념을 기술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며, 인간이 사고·판단·학습·적응에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수학적·알고리즘적 구조로 모사하려는 장대한 실험에 가깝다.
지능(intelligence)이란 무엇인가?
리학에서는 지능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경험에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AI 연구자들은 이 정의를 바탕으로, 지능을 다음과 같은 능력의 집합으로 분해해 다룬다.
- 지각(Perception):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의미를 추출하는 능력 (예: 시각·청각 센서)
- 지식 표현(Knowledge Representation): 세상에 대한 정보를 구조화하고 저장하는 능력
- 추론(Reasoning):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
- 학습(Learning): 데이터나 경험을 통해 스스로 규칙과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
- 계획·의사결정(Planning):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
현대 AI는 이 다섯 가지 영역을 조합해 지능의 부분적 능력들을 기계화하고 있다.
AI는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 여러 기술의 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가 AI를 구성한다.
1) 자연어 처리(NLP): 언어 이해·생성. 예: 챗봇, 번역기, 음성 비서(시리·빅스비)
2)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이미지·영상 인식. 예: 자율주행차 카메라, 의료영상 판독
3) 지식 추론(Knowledge Reasoning): 논리적 규칙 기반 문제 해결. 예: 전문가 시스템
4)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해 예측. 예: 추천 알고리즘, 사기탐지
5)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시행착오 및 보상으로 최적 전략을 학습. 예: 알파고, 로보틱스
이 기술들은 서로 보완적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는 비전(카메라) → 머신러닝(인식) → 강화학습(주행 전략) → 지식 추론(규칙 적용)이 결합된 복합 AI 시스템이다.
AI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AI는 인간이 어렵게 느끼는 수십억 개 데이터 계산·패턴 분석은 탁월하지만,
인간에겐 직관적인 맥락 파악·상황 판단은 오히려 서툴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 부른다.
- 예시: 컴퓨터는 복잡한 미적분을 0.001초 만에 푸나, 아이가 한눈에 구분하는 고양이·강아지 사진은 수백만 장 학습해야 구분한다.
- 이유: 고차원 추상 추론은 규칙 기반으로 모델링 가능하지만, 지각·상황판단 같은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은 수억 년 진화의 산물로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즉, AI는 인간의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처럼 보이게 설계된 비인간적 지능’이라는 역설적 성격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AI를 단순히 인간 대체 기술로 보는 것은 오해다.
현대 AI는 인간의 전 영역을 복제하기보다, 특정 기능을 극도로 고도화해 인간의 지능을 ‘증강(augmentation)’한다.
- 인간은 직관·맥락 이해에 강하지만 반복·정량 분석에 약하다.
- AI는 반복·정량 분석에 강하지만 직관·맥락 이해에 약하다.
두 지능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다. AI의 진짜 가치는 인간을 닮는 데 있지 않고,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차원의 계산력·속도·규모를 제공하는 데 있다. 우리는 점점 AI를 ‘인간의 또 다른 뇌’처럼 활용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AI는 단일한 기계가 아니라 지각-학습-추론-판단 능력을 구현한 복합 시스템이며,
그 목표는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가속하는 것이다.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