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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이 Jun 25. 2022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번 수상작은 우주선을 같이 타고 갈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영화 제작 동아리 회장에 직접 감독까지 하며 영화를 찍어봤음에도 불구, 2022년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갔으나 올해 본 영화가 한 편도 없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영화 동아리에 들어갔냐고 의문을 표한다. 그 사람들에 나도 포함된다.) 또한, 스물여덟 해 동안 웹툰, 드라마 ‘천연기념물’ 상태를 유지 중이다. 


요즘 생긴 고민은, 몇 달 전에 했던 고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취미가 전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자전거도 안 탄 지 오래됐고, 하나의 시내버스를 정해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것도 이제 힘들어서 못 한다. 쓰고 싶은 글도 없고, 예능도 재미없고, 술도 맞은편에 먼지 한 톨이라도 있어야 덜 외롭지, 술 먹는 시간까지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나마 시간이 생기면 고등학교 내신 문제를 풀거나 책을 읽는데, 사람들에게 취미가 전자라고 이야기하면 ‘지독하다’라는 소리를 듣고, 후자라고 이야기하면 대화가 끊긴다.


취미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던, 취미가 많았던 어렸을 때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참 이렇게 적고 보니 난 참 시대에 뒤떨어진다. 카톡보다는 전화를 선호하고, 메시지보다는 우편을 선호하고, 카카오T보다는 손을 올려 잡는 택시가 더 좋고, 인스타 감성의 가게보다 오래된 식당을 더 사랑한다. (오늘도 노인이 바글바글한 2,500원짜리 해장국 집을 찾았는데,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마주 앉은 사람의 관심사를 고려하지 않은 말하기를 당분간 하게 될 것 같아 나와 마주 앉을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난 나의 생활 방식을 사랑한다. 창피했던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되려 억지로 노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책 리뷰가 아니라 본인 소개를 길게 한 이유는... 북클럽을 마무리하며 만나게 된 회원님이 선물해주신 책이고 왔다 갔다 하면서 너무 감사하게 잘 읽었지만... 음...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 원인을 작가와 심사위원에게서 찾고 싶지는 않다. 독후감을 즐겨 올리는 나지만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 내가 감히 작품에 대해 평가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소설이 다루는 핵심 소재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은 사회의 가장 낮고 외진 곳에까지 가닿을 수 있어야 한다. 동성애, 경력 단절 여성, 인간과 대비되는 존재로의 동물, 남성과 대비되는 존재로의 여성... 소재는 좋았지만, 글이 너무 아쉬웠다.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기억나는 문장이 하나도 없다. 보통 독후감 맨 앞에 인상 깊었던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하곤 하는데, 쓸만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 친한 형이 이야기했던 ‘명작’의 기준이 생각난다. 지구가 더는 인류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되어, 인류가 탄생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문화 산물을 다 놓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때, 우주선에 같이 들고 갈 단 하나의 작품. 과연 이번 수상작은 그 기준에 부합할까. 그렇지 못한다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 걸까.


젊은작가상의 ‘젊은’에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소재, 형식, 문체를 다르게 하고 반전을 넣는다고 해서 실현되지는 않는 것 같다. ‘파격’을 선보여야 할까, 아니면 불후의 명작의 모든 걸 답습해야 할까?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아니, 무언가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하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무책임하긴 하다.) 하지만 그걸 고민해야 할 사람이 작가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글을 쓰기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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