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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Nov 30. 2020

오늘의 밤 어제의 달

디어 마이 마더

결국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자랐고 당신은 늙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 과거일을 번복시킬 수는 없다. 



Even if we couldn't meet each other we still can see the same moon. 

Please take care. Love you always mom. 


여느 때와 같이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늘 엄마가 생각난다. 

달을 너무 사랑했고 좋아했던 엄마와 나. 저녁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오늘은 달이 얼마만큼 떴나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아직 저학년이었던 어린 내가 달을 무서워하던 그날 저녁. 택시 안에서 달은 우리를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무서워.라고 했을 때 엄마는 우리 딸을 지켜주려고 그러는 거야. 엄마가 없을 땐 달이 엄마라고 생각해.라고 했었다. 이후에는 더 이상 따라오는 달이 겁나지 않았다.  

독서실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혼자 어두운 밤 길을 걸어야 했던 수많은 날들 나를 지켜줬던 건 그 마음 하나였을 거다. 

타국에서 지냈을 때도 힘들면 달을 보라고 해준 엄마. 우리는 멀리 있지만 비록 서로 얼굴을 볼순 없어도 같은 달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통할 거라고 해준 엄마. 그래서 아무리 힘든 날도 달을 보며 늘 위안을 얻었다. 절대 내색하지 않고 참고 참아 마음이 닳아 없어지더라도 내가 결국 부서지더라도 사라지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 내 인생에는 꽤나 많은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 그렇게 하자 엄마. 힘든 일일랑 생각지 말고 따뜻한 밥을 지어 북엇국 하나 끓여서 갓 지은 김치와 근사한 밤을 선물해 달아 놓고 우리 함께 마주해 밥을 먹자 따뜻하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고 우리 이만하면 열심히 했다. 잘했다. 족한 마음으로 서로 위로하며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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