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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Oct 05. 2020

어제는 악몽을 꾸었다 (4)

노력하려는 마음은 쉽게 우스워지고 만다



변기에 앉아 별을 세보고, 세상에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고 소리쳤다.

사실이니까. 모두가 들으라고 보란 듯이 소리를 꽥 질렀다.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울 생각은 없었는데 빌어먹을 감정이라는 것은 또 이렇게 제멋대로 폭발해버리고 만다. 시발      


잠을 못 잔 지 며칠째 인지 더 이상 셀 수가 없다.

어두운 거울 속 내 모습은 이제 내가 아니다.

나로서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살 거면 죽지 왜 사니. 거울 속 나를 보고 묻는다.      


그래도 죽는 건 아직은 무서운가 보다. 이 겁쟁이야.

하늘 속 별을 바라보다 그냥 그 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지금 내가 보는 현실과 많이 다를까.

그러지도 않을 테다.

오히려 더 우스워보일지도 모른다.

너무 하찮아서 피식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을 정도의 비웃음 비슷한 것이 지어질지도 모른다.      



이곳은 여름이다. 한 여름이 왔고 장마가 시작됐다.

모기들이고 파리고 온갖 벌레들이 들쑤시게를 쑤셔댄 것 마냥 터져 나온다.      

너는 그곳에서 잘 지내니? 그곳은 평안하고 행복하다면 왜 나는.

여기 두고 간 거니.      



불면증이 심한 어느 날, 미친 듯이 아무 글이나 써 내려갔다.

동지팥죽, 둥그스런 보름달같이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으련만.

내 불면증 이야기는 어느 때와 같이 어둡고 우울하다.

불면.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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