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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Sep 24. 2020

어제는 악몽을 꾸었다 (3)

그리고 A에 대한 소설


진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는 없다. 

정확하게는 모른다. 

당신도 모를 테고 나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시발점은 아무래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결국에는 피와 재만 남을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만 나는 기어코 그 방문을 열어젖히고 

일기를 펼쳐보았다. 


누구든 알고 있다. 

해도 괜찮은 일들과 하면 안 되는 일들을. 

그리고 그것들의 차이도 알 것이다. 

모를리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이번일 나의 경우도 딱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인내하지 못했다. 

사실 인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행동했기에 후회는 없다. 

일찌감치 몸을 깨끗이 씻고 정돈했다. 

길던 손톱도 깎았다. 


그 일기장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쓰여 있었다. 

장황하게 말도 안 되게 긴 이야기들이 늘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필사했던 흔적들도 보였다. 

이상한 그림들과 말린 나뭇잎들도 조금씩 떨어졌다. 

항상 이런 작디작은 흔적들은 이런 곳들에 조금씩 끼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주 예전에 끼워놓았던 빛바랜 잉크가 거의 지워진 영수증도 보였다. 


겨울이 오려나 날이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조금 갑갑했지만 이곳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일기를 읽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내심 나는 그 속에 있던 일기 속의 그녀가 말을 걸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나는 그걸 바랬을 것이다.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리라는 걸 알았음에도 주문을 외우듯 그녀를 다시금 그리며 

그 일기를 읽어나갔으니까. 

대답을 바라는 사람처럼. 

그녀와 대화하듯이.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읽어나갔다.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나는 무언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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