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A에 대한 소설
진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는 없다.
정확하게는 모른다.
당신도 모를 테고 나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시발점은 아무래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결국에는 피와 재만 남을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만 나는 기어코 그 방문을 열어젖히고
일기를 펼쳐보았다.
누구든 알고 있다.
해도 괜찮은 일들과 하면 안 되는 일들을.
그리고 그것들의 차이도 알 것이다.
모를리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이번일 나의 경우도 딱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인내하지 못했다.
사실 인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행동했기에 후회는 없다.
일찌감치 몸을 깨끗이 씻고 정돈했다.
길던 손톱도 깎았다.
그 일기장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쓰여 있었다.
장황하게 말도 안 되게 긴 이야기들이 늘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필사했던 흔적들도 보였다.
이상한 그림들과 말린 나뭇잎들도 조금씩 떨어졌다.
항상 이런 작디작은 흔적들은 이런 곳들에 조금씩 끼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주 예전에 끼워놓았던 빛바랜 잉크가 거의 지워진 영수증도 보였다.
겨울이 오려나 날이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조금 갑갑했지만 이곳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일기를 읽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내심 나는 그 속에 있던 일기 속의 그녀가 말을 걸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나는 그걸 바랬을 것이다.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리라는 걸 알았음에도 주문을 외우듯 그녀를 다시금 그리며
그 일기를 읽어나갔으니까.
대답을 바라는 사람처럼.
그녀와 대화하듯이.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읽어나갔다.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나는 무언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