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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Feb 18. 2024

결혼은 아직인가 보다

 아직은 자유롭고 싶은 영혼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그렇고 그런 곳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갈 일말의 가능성은 남겨둔 채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만나왔던 사람과의 연애가 끝났고 함께 생각했고 준비하려고 했던 결혼 준비도 무산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내가 계속 결혼을 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완전한 솔로가 되고 해방되었다는 기분이 들고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 나는 그냥 솔로가 체질인가 싶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불안도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고 걱정도 많고 생각이 많은데 늘 관계를 맺게 되면 그 불안도가 증폭이 되었으면 되었지 늘 잔잔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최근에 헤어진 사람의 경우 나에게 고민이나 힘듦을 많이 털어놓았고 나에게 많이 기대고 의지를 했기에 점점 내가 지치고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좋고 안정적이라는 감정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나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원했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한 부정의 감정이 점점 더 커지자 나는 아. 안 되겠다. 이 관계는 놓아야겠다라고 느꼈다.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고 사랑을 나누고 주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연애를 하지 않을 때도 늘 사랑하는 게 좋았고 호기심이 많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진하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너무 좋았다. 서로가 사랑을 뿜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혼자가 된 지금 너무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하다.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 보면 몇 년 동안 쉴 새 없이 사랑하고 나누고 다투고 감정 소모를 했던 것들이 참 나를 지치게 했었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상을 하나하나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매일매일 챙겨주고 케어해줘야 하는 상대가 없다는 것도 사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는 기분도 든다. 


 얽매인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그리고 내 깊은 감정을 공유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십 대 중반까지 나는 모태솔로였다. 호기심으로 남자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딱히 사귀는 관계를 원치 않았던 거 같다. 

그러다 첫 연애를 하게 되었고 그게 끝난 후 멘탈이 박살 나면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이후로는 불안하고 공허한 외로움의 감정이 견딜 수 없어서 사라진 것에 대한 부재를 그저 채우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가볍게 데이트만 했었다. 관계를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기에는 자그마치 첫 연애의 만난 기간 동안의 회복기간이 필요했다. 


 이후 두 번째 연애를 하게 되었고 나도 결혼을 원했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그걸 원치 않는다는 걸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고 이별했다. 

사실 그 사람이 결혼을 생각할 만큼 life long partner라고 느끼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아직 나는 내 중심의 세상에서 온전히 스스로 누리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쫓기는 기분이 계속 들었는지도 모른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친구들이 아이를 낳을 때마다 그리고 SNS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들의 사진들이 도배될 때마다 나는 계속해서 조급함을 느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나는 한번 더 내 마음속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지 파혼보다는 연애하다 헤어지는 게 낫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해야 해서 하는 것 말고 내가 마음속 깊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원한다. 

관계도 내가 하는 일도. 


 다행히 지금은 심리 상담을 꾸준히 받으면서 마음공부도 하며 나를 좀 더 돌아보고 있는데 결국 인생은 내 주변의 모든 관계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여정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을 계기로 불교 공부도 조금씩 하고 마음공부도 하면서 다시 데미안을 읽어보고 있다. 

이 전에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이면서 이번에도 가슴 아픈 경험을 했지만 후회보다는 잘한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하며 나를 좀 더 성숙해질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후회 없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나마 나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며 여러 번 나에게 자문해 본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싶니?

정말 네가 원하는 게 이게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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