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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Nov 04. 2024

창세기

서양문화의 기원


창세기는 단순히 유대교의 경전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작가적, 문화적 상상력의 근원이 된다. 존 밀턴의 <실낙원>의 배경이 되는 선악과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내게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나오는 선악에 대한 논증이 떠오른다. 신은 단순히 이 과일을 먹으면 말 그대로 죽는다고 아담에게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것을 선악으로 오해했다고 설명한다. 아담은 신을 인격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 이름으로 유명한 이스마엘도 창세기에 등장한다. 창 16:11절에 아브라함의 서자로 처음 언급된다. 본처 사래(이후 사라)가 아이를 낳자 쫓겨나는 비운의 운명이다. 이는 난파선에 타게 되는 주인공을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이름인 셈이다.


노아의 방주와 홍수 이야기도 유명한데 사실 이는 그리스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도 등장하는 고대 근동의 전승이다. 특이한 점은 홍수 이전에 살았다는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이 짤막하게 창 6:4절에 등장한다. 위경인 <에녹서>에 자세히 등장하는 이들은 3천엘(미터)에 달하여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모티프인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문화권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내용을 살필 수 있다. 이를테면 피를 빼서 먹으라는 창 9:4절의 하나님 말씀은 유대교에서는 코셔(Kosher), 이슬람교는 유명한 할랄(Halar) 푸드로 계승되게 된다. 창 17:10절 할례 역시 마찬가지다. 성경에는 전혀 언급한 바 없지만 자가발전하여 이슬람의 악명 높은 여성 할례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상하게 유대인도 아닌 국내에도 영유아 할례의식이 수십 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인간의 오만에 대한 징벌이라는 유명한 바벨탑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으로 재해석된 바 있다. 그의 상상력은 21세기 챗 GPT의 등장으로 하나님이 쪼갠 언어가 다시 하나로 합쳐짐을 오늘날 목격하고 있다. 앞으로 AI에서 발전한 AGI(인공 일반 지능)의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창세기의 진짜 주인공인 야곱은 이후 하나님의 명으로 이스라엘로 개명한다. 바로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의 탄생이자 과거 가나안 땅에서 21세기에 벌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서막을 알린다. 신이 가나안 땅의 종주권을 명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창세기 중 이삭의 아들인 장남 에서가 자신에게 장자의 권리를 사기로 뺏은 차남 야곱을 20년 만에 재회하고 용서하는 장면인 창 33:4절을 읽고 감동했다. 요셉이 노예로 팔려가 자수성가하여 (자신을 죽이려고 한) 형들을 용서하는 장면인 창 50:20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상 깊은 구절(개역개정 Ver.)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

창세기 6:4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

창세기 9:4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

창세기 9:13


여호와의 사자가 또 그에게 이르되 네가 임신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창세기 16:11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

창세기 17:10


내게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아니한 두 딸이 있노라 청하건대 내가 그들을 너희에게로 이끌어 내리니 너희 눈에 좋을 대로 그들에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 집에 들어왔은즉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라

창세기 19:8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으므로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

창세기 19:26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후손을 이어가자 하고

창세기 19:32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창세기 22:1


후에 나온 아우는 손으로 에서의 발꿈치를 잡았으므로 그 이름을 야곱이라 하였으며 리브가가 그들을 낳을 때에 이삭이 육십 세였더라

창세기 25:26


이삭이 에서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그를 너의 주로 세우고 그의 모든 형제를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 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주었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창세기 27:37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창세기 28:12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창세기 28:22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창세기 32:28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

창세기 33:4


오난이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줄 알므로 형수에게 들어갔을 때에 그의 형에게 씨를 주지 아니하려고 땅에 설정하매

창세기 38:9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창세기 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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