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피터 틸

by pathemata mathem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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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팔란티어의 창업자이자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이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기초로 쓴 책이다. 원래 블레이크 매스터스라는 당시 대학생이 필기한 노트가 워낙 유명해져 (강의자인) 저자와 공저하게 되었다. 원래 난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워낙 버릴 내용이 없을 정도로 좋은 글이 많이 담겨있다. 나심 탈레브를 연상할 만큼 철학에 대한 이해까지 겸비하여 통찰력 있는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의 주요 독자는 스타트업에 종사하거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경영 일선에 있는 모든 이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저자의 미래에 대한 사고가 영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성세대 혹은 전통적인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불온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만큼 전복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획일회 된 교육시스템에 대한 문제점, 독점해야 생존할 수 있다(자본주의는 경쟁과 상극이다) 등이 그러하다. 심지어 그가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대학을 중퇴하는 조건으로 창업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어 기뻤다. 이를테면 창업자를 현대 버전의 왕에 비유하는 것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답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성공에 관한 내용이 지면 중 꽤 할애되어 있다. 예전에 봤던 TED 강연에 머스크의 사상 역시 저자와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저자가 마피아 그룹의 사상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저자의 다음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 피터 틸



인상 깊은 구절



그는 젊은이들에게 학교 교육보다 학습을 우선하라고 권함으로써 전국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틸 장학금Thiel Fellowship을 만들어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틸 재단Thiel Foundation 역시 기술 진보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 생각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저자소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Bill Gates(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구글 창업자들)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수도 없다. 이들을 그대로 베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작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다룬다. 페이팔PayPal과 팰런티어Palantir를 공동으로 설립했고, 페이스북과 스페이스엑스SpaceX를 포함한 수백 개의 스타트업startup(주로 실리콘밸리 쪽의 신생 벤처기업을 이르는 말─옮긴이)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내가 그동안 알게 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그동안 나는 성공과 실패의 수많은 패턴을 발견했고, 그 내용을 여기에도 공유할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성공의 절대 공식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아무리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 없는 이유는, 그런 공식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혁신은 그동안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이므로 혁신의 방법을 구체적 단어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내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패턴은 성공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아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공식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두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첫째, 미래는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과 둘째, 그래도 미래의 뿌리는 현재의 세상일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통념과 반대되는 의견이라고 말하는 답들은 대부분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드러낸다. 여기에 훌륭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미래를 잘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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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흐른다고 새로운 기술이 저절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고대인들은 정적인 균형이 계속되는 제로섬zero-sum 사회에 살았다. 그런 사회에서 성공이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새로운 부의 원천을 거의 창출하지 못했고, 장기적으로도 보통 사람들을 극도의 빈곤으로부터 구해낼 대책을 끝내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1만 년이 흐르는 동안, 원시시대의 농경, 중세의 풍차, 16세기의 천문관측기와 같은 간헐적인 진보가 일어났다. 그리고 1760년대에 증기기관이 출현하면서 현대사회는 갑자기 폭주하는 기술적 진보를 경험했다. 이런 추세가 대략 1970년대까지 이어진 결과, 우리는 이전 세대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풍요로운 사회를 물려받게 되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정의를 내려보면, 신생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당신의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신생기업이 가진 강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은 ‘민첩함’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규모가 작아야 생각할 공간이 생긴다.


이 책은 새로운 일을 하는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마땅히 스스로 물어보고 또 답해봐야 할 여러 질문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특정 지식의 기록이 아니며,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뉴얼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자습서다. 왜냐하면 ‘생각’이야말로 신생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생각하라.



하지만 앞의 원칙들보다는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신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신기술을 확보하려면 1999년 식의 자만과 과열도 약간은 필요할지 모른다. 차세대 기업들을 세우려면 버블 붕괴 이후에 만들어진 절대 원칙들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반대의 생각들이 자동적으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군중의 광기를 일방적으로 거부한다고 해서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봐야 한다. 비즈니스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과거의 실수에 대한 잘못된 반응은 얼마나 되는가?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기업가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지 마라.’



독점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자신의 시장을 여러 작은 시장의 교집합으로 정의함으로써 더 특별한 시장이라고 과장한다.


영국 음식 ∩ 식당 ∩ 팰로앨토


랩 음악 스타 ∩ 해커 ∩ 상어


반면에 독점기업들은 자신의 시장이 여러 대형 시장의 합집합이라고 말함으로써 독점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검색엔진 ∪ 모바일 폰 ∪ 웨어러블 기기


컴퓨터 ∪ 무인 자동차



사업에서 ‘돈은 중요한 것이거나 아니면 모든 것이다.’ 독점기업들은 돈 외에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독점이 아닌 기업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완전경쟁 시장에 있는 기업은 현재의 이윤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미래에 관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기업이 매일매일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독점 이윤’ 말이다.



하지만 19세기 물리학이 예측한 장기적 균형이란, 우주의 열역학적 죽음이라고도 알려진, 모든 에너지가 균등하게 분배되고 모든 것이 멈춰 선 상태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열역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는 무관하게 아주 강력한 은유가 된다. 비즈니스에서 균형이란 정체를 뜻하고, 정체는 곧 죽음이다. 어느 산업이 경쟁적으로 균형 상태에 도달했다면, 그 산업에 속한 어느 기업이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구분되지 않는 또 다른 경쟁자가 그 기업의 자리를 대신할 테니 말이다.


완벽한 균형이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 공간을 뜻할지도 모른다. 혹은 수많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특징과도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창조는 균형과는 아주 거리가 먼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경제 이론을 벗어나 실제 세계에 나가보면, 모든 기업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병적 현상이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이렇게 간단명료한 진실을 우리는 모두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각 학생의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다.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지위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각 학생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그 결과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열등하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반면, 시험이나 과제와 같은 전형적인 측정 방식에 뛰어난 학생들은 이토록 작위적으로 구성된 현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학교의 이런 현실은 바깥세상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변덕스러운 관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해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루폰의 경우도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고, 그루폰의 제품을 시도해보는 지역 업체들도 수십만 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런 업체들이 고정 고객이 되도록 설득하는 작업은 그루폰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성장하는 데 목숨을 건다면,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회사가 존속할 것인가?’ 숫자만으로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고 싶다면 내가 하는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독점기업의 특징


먼 미래까지 높은 현금 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모든 독점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보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특징이란 각각 독자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그리고 브랜드 전략이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모든 신생기업이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 모든 독점기업은 시장을 크게 지배한다. ‘따라서 모든 신생기업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이유는 간단하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이 너무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분명히 너무 큰 것이다.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경쟁은 피할수록 좋다.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last mover’가 되는 편이 낫다. 즉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비즈니스는 체스와 비슷하다. 체스 선수 최고의 영예인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던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José Raúl Capablanca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졸업생들에게 안정된 길을 가라고 격려한다. 베이비붐이라는 기이한 역사가 만들어낸 이 불명확한 낙관주의자 세대는 힘들이지 않는 진보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자신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45년생이든, 1950년생이든, 1955년생이든 할 것 없이 베이비붐 세대라면 모두 만 18세가 될 때까지 세상은 해마다 나아지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발전은 ‘그들 자신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기술적 발전은 저절로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엄청난 기대를 갖고 성장했으나, 그 기술 발전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관한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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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린 스타트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아이폰으로 화장지를 주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최고로 괜찮은 것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담한 계획 없이 재현만 해서는 결코 0에서 1이 될 수 없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에게 회사란 정말 이상한 곳이다. 회사를 성공시킬 계획도 없으면서 왜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다윈주의는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이론일지 모르지만,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 성과는 미국 경제 전체를 견인하는 데 아주 큰 몫을 차지한다.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받는 회사들은 전체 민간 부문 고용의 11퍼센트를 창출하고, 미국 GDP의 21퍼센트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연매출을 올린다. 실제로 기술 기업 중 가장 큰 12개사가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들이었다. 이 12군데 회사의 평가액을 합치면 2조 달러가 넘고, ‘이는 다른 모든 기술 기업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이다.’



그러나 인생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이런 사실은 신생기업의 창업자에게도, 그 어느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업가가 스스로를 ‘다각화’할 방법은 없다. 동시에 수십 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그 중 하나가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 역시 만약을 대비해 수십 개의 커리어를 쌓아놓고 자신의 삶을 다각화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교육을 실시한다. 제도권 교육은 획일화된 일반적 지식을 퍼 나르느라 바쁘다. 미국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듭제곱법칙대로 생각하지 ‘않도록’ 배운다. 모든 고등학교의 수업은 어떤 과목이든 45분간 진행되고, 모든 학생들은 비슷한 속도로 진도를 나간다. 모범적인 대학생들은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는 데 집착한 나머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듣도 보도 못한 각종 능력들을 수집하듯이 익히고 있다. 대학들은 모두 ‘우수’라는 말을 신봉한다. 임의로 나눠진 학과에 따라 100페이지는 족히 되는, 알파벳순으로 된 ‘개설 과목 안내서’를 마련해두는 이유는 ‘무엇을 하든지 잘하기만 하면 돼’라고 학생들을 안심시켜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개척할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사회적 추세 네 가지가 더해지면서 숨겨진 비밀에 관한 믿음을 뿌리째 없애버렸다.


첫 번째 추세는 ‘점진주의’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한 번에 조금씩, 매일매일,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배운다. 더 많이 성취했거나 시험에 없는 것을 배웠다면 학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정확히 시키는 대로 했다면(그리고 친구들보다 아주 조금만 더 잘했다면) A학점을 받는다. 이런 식의 과정은 종신 교수직을 받을 때까지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는 보통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별 중요하지 않은 논문을 많이 발표하려고 한다.


두 번째 추세는 ‘위험 회피’의 추세다. 사람들이 숨겨진 비밀을 무서워하는 것은 틀릴까 봐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숨겨진 비밀이라면 당연히 주류 세력의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인생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숨겨진 비밀을 찾아다니면 안 된다. 혼자서만 옳은 것(아무도 믿지 않는 일에 일생을 바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혼자이면서 ‘틀리는 것’은 견딜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세 번째 추세는 ‘무사 안일주의’다. 사회의 엘리트들은 새로운 사고를 탐구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가장 많이 지녔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숨겨진 비밀을 가장 믿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미 다 해놓은 것들을 토대로 편안하게 지대地代나 받고 있으면 되는데, 무엇하러 새로운 숨겨진 비밀을 찾아 헤매겠는가? 가을이 되면 일류 로스쿨이나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들은 다들 똑같은 메시지로 신입생들을 맞는다. ‘너도 우리 엘리트의 일원이 되었구나. 이제 더 이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이제 너는 평생이 보장되니까.’ 하지만 이 말은 아마도 그렇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진실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추세는 ‘평평화flatness’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전 세계를 동질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가 평평flat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숨겨진 비밀을 찾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은 먼저 이렇게 자문하게 될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가능하다면 똑똑하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들 중 누군가가 벌써 발견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심의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은 지레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세상은 어느 개인이 독특한 무언가를 공헌하기에는 너무 큰 곳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와일스는 1986년부터 이 정리를 증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계속 비밀로 하다가 해법을 거의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된 1993년에야 그런 사실을 공개했다. 9년간의 노고 끝에 와일스는 1995년 이 정리를 증명해냈다. 그의 성공에는 뛰어난 머리도 필요했지만, 숨겨진 비밀에 대한 신념 역시 필요했다. 뭔가 어려운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성취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숨겨진 비밀에 대한 신념이야말로 진실과 다름없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때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자주 무시되고 있는 여력들을 활용해 사업을 일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에어비엔비Airbnb가 생기기 전에는 여행자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호텔방을 잡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었고, 집주인들은 쓰지 않는 공간을 믿고서 쉽게 빌려줄 방법이 없었다. 에어비엔비는 방치되어 있던 이런 공급과 수요를 알아봤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숨겨진 비밀을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아무도 찾고 있지 않은 장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운 대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은 보편화된 지혜를 전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하지만 아직 표준화되거나 제도화되지 않은 분야는 없을까?’



어느 회사든지 채용은 그 회사의 핵심 능력이다. 채용만큼은 절대로 아웃소싱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채용된 후에 응집력 있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처음에 4〜5명까지는 큰 지분이나 책임 있는 고위직을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뻔한 제안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20번째 직원은 왜 우리 회사에 합류할까?’ (중략)


좋은 대답은 회사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있지 않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좋은 대답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회사의 미션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우리 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회사의 미션이 가진 설득력을 설명할 수 있다면 직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일을 왜 우리가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고유한 중요성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페이팔의 경우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통화를 만든다는 아이디어에 흥분되는 사람이라면 우리로서는 대화를 해보고 싶었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경영자로서 페이팔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회사의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책임을 지게 한 것이었다. 모든 직원의 그 한 가지는 고유한 업무였고, 그래서 모든 직원은 내가 그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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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괴짜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효과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예외라고, 나는 진짜인 것만 좋아한다고, 광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뻔한 판매용 선전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유지했다고 우쭐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광고는 즉시 제품을 사가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광고는 나중에 판매를 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광고가 자신에게 이런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 두 번 속은 것이다.



미래 전문가들은 그 답이 ‘예스’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기술 반대주의자들은 기계에게 자리를 빼앗길 것이 너무나 걱정된 나머지 신기술 개발을 전면적으로 중단하자고 한다. 하지만 어느 쪽도 더 뛰어난 컴퓨터가 반드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그 전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전제다.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 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기술을 신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컴퓨터 혼자서 해낸, 별것 아닌 일들에는 감동하면서도 인간이 컴퓨터의 똑똑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이뤄낸 커다란 업적들은 무시한다. 왓슨이나 딥블루, 혹은 계속 발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같은 것들은 멋지다. 하지만 미래에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은 컴퓨터 혼자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지 묻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도울 수 있을까?’



1. 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기업들은 10배의 개선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점진적 개선은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개선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기술보다 20퍼센트가 더 효율적인 풍력발전 터빈을 개발했다고 치자. 실험실에서 테스트했을 때 그 정도가 나왔다는 얘기다. 얼핏 훌륭하게 들리겠지만, 이 정도의 실험 결과로는 실제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을 때 맞닥뜨리게 될 비용이나 위험 요소를 전혀 상쇄할 수 없다. 그리고 새 시스템이 정말로 그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20퍼센트가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막상 새 제품을 팔려고 하면 과장된 주장에 워낙 익숙한 사람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새 제품이 10배가 훌륭할 때만 고객에게도 제품이 명백히 우월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파운더스펀드에 있던 우리도 이런 사태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가장 분명한 단서는 옷이었다. 청정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돌아다녔다. 아주 큰 적신호였다. 진짜 기술 전문가들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자가 미팅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는 회사는 제외한다’라는 일반 규칙을 정했다. 아마 우리가 시간을 내서 각 회사의 기술을 상세히 평가했더라도 여전히 이런 형편없는 투자는 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팀의 통찰(‘양복을 입는 기술 기업 CEO에게는 투자하지 마라’)은 우리가 훨씬 빠르게 진실에 도달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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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가장 효과적인 희생양일까?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희생양은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인물들이다. 한편으로 희생양은 필연적으로 약한 사람이다. 스스로가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할 만큼 무력한 사람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희생양은 비난을 받아냄으로써 충돌을 완화시키는 인물처럼 그 공동체에서 가장 힘 있는 구성원이다.



결정적으로 애플의 가치는 특정한 인물의 단 하나의 비전에 의존했다. 이 점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보다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 군주제를 닮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훈련받은 전문가들로 채워진 비개인적 관료제는 얼마든지 길게 유지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시야가 더 짧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추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미래가 저절로 일어날 수는 없다. 특이점이 어떤 모습을 띨 것이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장 가능성 높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것도 없거나, 무언가가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미래는 지금보다는 낫겠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가 우주적 규모의 특이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것들(우주, 지구, 조국, 회사, 인생,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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