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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 앤 후드 지음


어린 시절에 겪은 일련의 비극으로 책과 멀어진 에이바. 
이혼의 상처를 달래려고 가입한 북클럽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와 교감하는 기쁨을 되찾기까지!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과거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 1년의 기록





이 소설은 책 좀 읽는다는 독서가라면 한 번쯤 들어 보거나 읽어 봤을 작품입니다. 

뭔지 궁금하시죠? 그건 바로 앤 후드의 소설‘내 인생 최고의 책’ 입니다. 


이 소설은 사시사철 일 년 12개월 동안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거기에 짭짤한 소금 양념을 칠한 러브 라인과 사람을 찾는 추리 기법, 흥미로운 약물 복용의 증세들이 뒤범벅된 소설입니다.


북클럽 회원들은 1월부터 11월까지 각자가 뽑은 최고의 소설 10권을 매월 읽고 매월 두 번째 월요일 도서관 지하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냥 모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그 당시에 유행했던 패션을 따라 옷을 입어 본다거나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물을 요리하여 서로 나눠 먹기도 합니다. 책과 음식과 패션이 어우러진 독서 모임인 거죠.


‘오만과 편견’을 이야기할 때는 클럽 리더가 그 당시 유행했던 하얀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 때는 그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맞게 술잔 대신 찻잔에 와인을 따라 마시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금주법 시대였으니깐요.


우리가 만일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이야기한다면 옥수수 수염차와 참깨 라면, 소주를 준비해 둬야 할 것입니다. 물론 편의점 복장도 갖추면 더 재미있겠죠. 참으로 독서 모임이 입체적으로 전개되는 추세입니다.


이들 북클럽 구성원도 매우 다양합니다. 이혼한  대학교수, 사별한 중년의 남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배우, 도서관 사서 등 총 10명으로 운영되는 북클럽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구성돼 있습니다. 회원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원이 생기지 않는 한 신규 가입이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튼 그들은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 ’백 년 동안의 고독’, ‘앵무새 죽이기’, ‘브루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5도살장’,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등 총 10권을 읽게 됩니다.


대부분 한 번씩 들어본 고전작품이지만 모든 책을 끝까지 완독 한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런데 10권의 목록에서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매우 생소한 작품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사실 이 소설은 세상에 없는 책입니다. 소설가 앤 후드가 허구로 만든 또 다른 소설인 셈이죠.


북클럽 회원 중 주인공 ‘에이바’ 는 자신의 최애 소설로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선택하고 무슨 마음인지 이 작가를 북클럽 모임에 초대하겠다고 공언합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어디에 사는지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에서 약속을 해 버리죠. 


그만큼 에이바에게 이 소설은 매우 중요한 책 입니다. 어릴 적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여동생. 그리고 자식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다리 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어머니. 


결국 주인공 ‘에이바’의 슬픔은 극한의 지옥으로 떨어졌고 그녀를 구한 천사는 바로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라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작가를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에이바’ 가 그 소설의 작가 ‘로절린드 아든‘ 을 찾아내어 북클럽 모임에 초청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소설의 반전과 극적 전환을 이뤄내는 묘미 입니다.


과연 주인공 ‘에이바’는 ‘로절린드 아든’ 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로절린드 아든’ 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궁금하면 사서 읽어 보시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책방에 두 권 남았습니다.


만일 무미건조하게 10권의 책만 다루는 단순한 구조를 선택했다면 독자들은 이 소설의 절반의 절반도 읽지 못했을 것입니다. 앤 후드는 아주 영리하게 추리소설 기법을 설정하여 소설가의 정체를 하나둘씩 벗겨나가며 독자들의 눈을 계속 붙잡아 둡니다. 때로는 다소 과장된 성애와 약물 중독 장면을 서술하여 말초적인 자극을 유발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책의 예찬으로 귀결됩니다.


작가 앤 후드도 다섯 살 난 딸을 급성질환으로 잃고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보낼 때 오직 책만이 그녀의 조각난 마음을 희망과 위안의 비단으로 기워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2014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될 당시 ‘책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모든 기쁨, 사랑, 지혜, 상실, 위로를 기리는 신명 나는 축제 같은 소설이다’고 평했습니다.


앤 후드가 묻습니다. 여러분의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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