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고선영 Dec 21. 2022

키오스크

잡친다

이 표현이 아주 딱이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동네에는 대만의 유명한 샌드위치인 홍루이젠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께 홍루이젠 샌드위치 세트를 모바일 쿠폰으로 선물 받았다.


고마웠다.


그걸 누구랑 함께 먹을까 했었다.


워크숍 하는 분들과 먹을까 했는데 코로나로 랜선 만남이 이루어졌다. 결국 어쩔까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드려야지 하면서

방금 다녀온 길이다.

그 가게는 아주 심플한 인테리어에 파는 샌드위치의 종류도 많지 않고 판매가 끝나면 더 이상 팔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르바이트하는 분이 언제나 빠르게 계산해주고 담아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가 보니 무인 상점으로 바뀐 것이다.


순간 너무 당황했는데... '모바일 쿠폰은 사용 불가'라고 적혀 있다. 너무 화가 났다. 기분이 잡친다는 표현이 딱 맞다.


마흔이 넘은 나도 들어가면 헤맨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모두 기기로 대체하고 모바일 쿠폰은 사용도 못 하게 하는 것에 순간 너무너무 화가 났다.


최근에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 엊그제 읽고 있는 책에서도 비슷한 정도의 화였지만 그래도 보도가 되었고 미리 좀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 정도는 아니다.


화에, 피해에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단순히 보면 내가 화가 나는 건...


마땅히 있을 줄 알았던 인간 직원 대신 기계가 있었다는 것이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화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점점 더 '대체될 것이다'


인간 대신 감정도 없고, 그저 기능만 있는 것들로 말이다. 그 사실이 너무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

나는 인간이 좋다.

아날로그라고 하는 그 감성이 좋다.

같은 연필 하나를 깎아도 그 결과가 모두 다른 것이 좋다.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이 변화될 것인가.


그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얼마나 또 도태되고 소멸할 것인가.

​​​

슬프다.


​​​​​​​

#작가고선영 #잡치는기분 #오늘

작가의 이전글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책에 이 글을 실었어야 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