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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Mar 07. 2024

완전과 불완전


  진실(Truth)은 사실(Fact)과 엄연히 다른 개념임에도 혼용되고 혼동되곤 한다.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며 사실의 반대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는가. 보통의 실재론은 물리적인 대상이 우리의 외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물리적인 대상들을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한다. 그러나, 회의주의를 적극 전파했던 피론(Pyrrhon)을 추종하던 피론주의자들은 감각 기관을 통한 정보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논거 했다.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하는 세계는 불완전하다. 누군가는 모든 감각 기관이 멀쩡히 살아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눈이 보이지 않을 수도, 귀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태초에 촉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태어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 각각이 알고 있는 세상은 하나로 동일한가. 이들이 인지하는 세상은 이들의 내적 상황과 조건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판단 근거는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들이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의 내적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개개의 관점에서 알고 있는 세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앎이 아니라 믿음을 좇으며 살아간다. 대상의 본질을 '아는 것'이 아니라 '안다고 믿을 뿐'이다. 세상은 수많은 믿음들로 구성된 총체적 집합이다. 사실과 진실의 관계 역시 이와 유사하다. 이 세계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진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실제론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파편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수많은 의견들이 서로를 향해 거짓이라며 칼을 겨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들을 조합하여 진실을 탐구하고 세계를 인지하기 위한 노력은 애처롭더라도 필요한 작업이다. 세상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목적보다는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사실들을 활용하는 개인과 집단이 많기 때문이다. 설사 그러한 노력이 상이한 상황과 수많은 조건들을 차치하고 가장 깊은 기저 어딘가에 불변의 본질이 있음을 그저 믿는 것에 불과한 모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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