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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라리 Aug 05. 2020

6. 동티모르 : 내가 여길 왜 왔을까?

동티모르 택시 사기꾼과의 한판 / 동티모르 스쿠버 다이빙

아시아에서 가장 여행객이 적다는 통계가 있는 동티모르.

거기에 왜 갔냐고 묻는다면, 4년 전 발리를 여행할 때 만났던 네덜란드 여행객이 10년 전의 발리의 모습을 동티모르가 담고 있다며 적극 추천을 하더이다. 음... 상업화된 발리에 좀 지쳤는데 다음번에는 발리 말고 동티모르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그리고 동티모르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 사람들이 안 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남미와 아프리카보다 더 여행하기 힘들었던 곳이다. 아! 단기간에 여행력 레벌업을 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 하지만 괜한 모험을 한 덕분에 앞으로의 세계여행이 사실 순탄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


기내식에 커피에 감탄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구매하는데 '안녕하세요?'라고 직원이 말을 걸어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지.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요금표에 10달러라고 적혀있다. 발리에서 택시 사기도 당했겠다 열심히 정보도 찾아봤겠다 이 가격은 바가지. 공항에서 누군가를 마중 나온 한국인께 여쭈어보니 5달러이면 충분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한 말씀 덧붙이셨다. 여기 왜 왔냐고? 동티모르는 봉사활동 아니면 오는 사람이 없다고.

'어... 그러니깐 제가 왜 왔냐면요... 아! 다이빙하려고요!'

'아... 뭐 다이빙하기에는 좋죠!'

'아... 내가 앞으로 여기서 할 일이 다이빙뿐이겠구나.'


10달러를 고수하는 택시 사기꾼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큰 도로에서 나가서 택시를 잡기로 한다. 그러니 알겠다며 5달러에 가자고 하더라. 숙소 이름과 주소를 보여주니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릴 다른 숙소에 내려주는 것이 아닌가? 본인 어딘지 모르겠다고 여기서 내리던가 10달러를 더 주던가 하라고. 뭐 이런... 아놔 여행하면서 욕이 늘었다. 내리려고 하니깐 다시 출발을 한다. 분명히 조금 전 우리의 숙소를 모른다고 했던 그 기사는 3분 만에 제대로 숙소에 도착했다. 뭐 이런 ㅆ...

그런데 이 기사 새끼가 10달러를 내놓으라고 한다. 휴양지에서 마음의 평화를 닦아 박애주의자로 살아보려고 다짐했던 나에게 자꾸 퐈이터 기질을 불러낸다. 숙소 경비원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준다. 나도 그 기사도 조금도 물러날 기미가 없다.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하나 둘 사람이 모인다. 휴... 내가 이러려고 여행을 왔는가 자괴감이 몰려오면서 그래, 몇 푼 더 주고 떨궈버리자. 나는 7달러를 그에게 주었다. 더 이상은 나도 못 준다.

이곳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도착하자마자 깨닫게 된 우리는 스쿠버다이빙 어드밴스 자격증을 따기로 한다. 이론 공부는 셀프이다. 공부한 걸 다이빙 전에 강사가 물어본다. 얼마 만에 하는 공부인가. 공부는 역시 싫다. 그치 언니야?

숍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장비를 준비한다. 차를 타고 조금 후에 바다에 도착. 해안가에서 장비를 들고 입수하는 숄 다이브 (Shore dive)이다. 나 이거 싫어하는데. 배 타고 풍덩 들어가는 게 더 좋은데.

바닷속에 들어가서 이론으로 공부했던 걸 하나씩 해본다. 그러고 나서 펀 다이빙 (Fun Diving) 시작. 시야라든지 어종이라든지 만족스럽다. 다만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다이빙했던 곳이 랑기로아이고 이곳은 다이빙 끝판왕이고 우리의 눈이 높아졌다는 거지.

꽃 같은 산호초가 많았다. 바다 꽃이라고 우리는 불렀다. 작은 복어들이 돌아다니는 데 풍선 같았음.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넙치였음.

돌아와서 다시 이론 공부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밤 다이빙 (Night Diving). 노을 보면서 다이빙 준비하고 입수하는 건 좋았습니다만 굉장히 힘들다. 신경 쓸 것보다 낮보다 훨씬 많고 돌아다니는 물고기도 별로 없고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 한 번은 경험상 해볼 만하지만 두 번은 노놉. 언니는 갔다 와서 속을 게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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