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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Nov 01. 2021

영화 리뷰 - <듄 - Part 1(2021)>

작품성, 대중성, 예술성을 모두 휘어잡은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1) 소설 원작, 2) 모래벌레, 3)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4) 이 영화의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드니 빌뇌브라는 사실만을 확인한 뒤 영화관으로 갔고, 아주 기쁘고 벅찬 마음을 안고 영화관에서 나올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새롭고 멋진 세계를 체험했다는 점에서 <아바타(2009)>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떠올랐고,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기가 막힌 밸런스는 <매드 맥스 - 퓨리 로드(2015)>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듄 - Part 1>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여러 모로 거의 완벽한 퀄리티를 갖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대로라면 올해 최고의 메이저 영화 자리는,

이견의 여지없이 <듄 - Part 1>에게 돌아가게 되겠구나.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은 언제나 즐겁다


영화를 보러 갈 당시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점을 살짝 걱정했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펼쳐진 새롭고도 멋진 <듄>의 세계는 그런 걱정 따위는 저만치 날려버릴 정도로,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마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중간계,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체험하는 데에서 느꼈던 바로 그 즐거움! 그 비슷한 것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 너무나도 반가웠다. 3편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적어도 2번은 더 이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니!' 하는 생각에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황량한 사막을 매력적인 세계로 탈바꿈시킨 '할리우드 최고의 시각 예술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특유의 시각적 예술성을 앞세운 '예술영화적 연출'을 아주 맛깔나게 잘하기로 유명한, 그야말로 '할리우드 최고의 시각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원작 소설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아니 더더욱 배가시켜서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메인 무대가 되는 끝없는 사막,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모행성인 칼라한, 묵직하면서도 웅장한 미래의 테크놀로지가 담긴 비행선 같은 기계들, 건축물, 실내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그의 세련되면서도 절제력 있는 터치가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필자가 봤던 그의 전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 그리고 <컨택트(2016)>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채도와 명도가 낮은 '황량한 색감', 그리고 그에서 배어 나오는 '음울한 분위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때때로 중요한 장면과 배경마다 채도를 확 틔우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라 그런 점에 대한 불편함은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그 흔한 오아시스 한 번 등장시키지 않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공간인 사막을 매력적인 세계로 탈바꿈시킨 드니 빌뇌브의 능력에 박수를...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또다시 이루어진 예술영화감독과 메이저 상업영화의 '신선한 결합'


이미 2017년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액션 블록버스터, 즉 대중영화 감독으로 나름 성공적인 데뷔를 알린 드니 빌뇌브이지만, 이번 <듄 - Part 1>의 경우 더더욱 커진 스케일의 메이저급 블록버스터이고, 게다가 한 편에서 끝나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시리즈 영화라는 점에서 그가 이번 작에서 한층 더 '체급을 키워왔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블레이드 러너 2049>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드니 빌뇌브 특유의 상징들을 사용한 메시지 전달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우선 거스를 수 없는 원작의 오리지날리티가 있고, 2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이기는 하나 사건들이 매우 많기에 그가 나름의 무언가를 더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고, 메시지들을 더하면 할수록 관객들의 머리가 아파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해 드니 빌뇌브 감독이 자신의 가슴속에 용솟음치는 예술성을 다소 억누르지 않았나 한다(이 영화는 어쨌거나 '대중성을 갖춘 블록버스터 무비'가 되어야만 했으니까). 덕분에 오랜만에 크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머리를 비워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 역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음악, 음악, 음악!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만 하더라도, 꼭 IMAX로 이걸 봐야 할 이유가 바로 화려한 영상미를 온전히 담아낼 화면에 있는 줄 알았다(참고로 필자는 소풍 IMAX에서 관람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영화를 반드시 IMAX에서 봐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사운드에 있다. 물론 드니 빌뇌브 감독의 미적인 센스가 가득 담긴 영상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이번만큼은 사운드의 존재감이 한 수 위 평가하고 싶다.


IMAX 상영관의 경우 특유의 가로로 더 넓어진 화면비로 인해 훨씬 더 커진 시야각과, 깔끔해진 화질을 자랑한다는 점으로 유명하지만, 일반 영화관보다 훨씬 더 크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자랑한다는 점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음악감독인 한스 짐머는, IMAX 영화관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사운드트랙을 통해 주어진 환경을 놀라우리만치 잘 활용하고 있다. 파이프 악기와 보컬을 앞세운 사막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OST가 영화의 건조하고 뜨거운 분위기를 살리고, 강렬하고 원초적인 드럼 소리가 관객들의 고막이 아닌, 심장을 직접 타격하며 영화에 무겁고 장중한 분위기를 더하며 관객에게 영화감상 그 이상의 체험을 가능케 해준다. 고로 아직 영화를 감상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사운드와 영상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IMAX 관에서 감상하시기를 권하나, 이제 곧 <이터널스>에 상영관이 대부분 넘어갈 예정이기에 그러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적어도 CGV의 SOUND X관이나, 메가박스의 Dolby Atmos 정도 급의 사운드를 갖춘 환경에서 영화를 감상하시기를 추천드린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곧 내려갈 예정이므로 서두르시기를...(괜히 리뷰가 늦은 점이 죄송해진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캐스팅마저 도저히 물 샐 틈이 보이질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드니 빌뇌브 감독은 굉장한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듄 - Part 1>의 캐스팅은 그 어떤 빈 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또 견고했다.


오스카 아이작,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레베카 퍼거슨, 제이슨 모모아, 젠다야 등 굵직한 이름들이 황송하게도 '조연 군단'으로 등장해 위용을 과시하고, 거기에 더해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 역시 최근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블루칩으로서 본인이 외적으로나 연기력 면에서 준비가 확실히 된 신인임을 온몸으로 뽐내며 앞으로 그가 영화계에서 하게 될 활약을 알렸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역할을 맡은 모두가 마치 본인이 원래 입고 있던 옷을 입은 모냥 자연스러운 캐스팅 덕분에 그 누구에게서도 흠결 같은 것을 발견할 수가 없게 되었고, 영화의 격 역시 자연스레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개인적으로는 적국인 하코넨의 우두머리,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존재감이 기대 이상이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그렇다면 단점은 없었나?


이 영화의 장점도 드니 빌뇌브의 연출이요, 단점도 드니 빌뇌브의 연출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드니 빌뇌브의 영화는 일반적인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예술영화적 연출'의 색채가 강하다. 장면마다 약간은 긴 호흡을 가져가는 연출과, 어둡고 채도가 낮은 색상을 즐겨 사용하는 데에서 오는 음울한 분위기, 특유의 상징을 통해서 무언가를 암시하는 그의 연출은 이에 익숙한 팬들이나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경탄을 자아내겠지만(이는 사실 이전 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진 부분이다), 쉴 새 없이 무언가 펑펑 터지고 눈을 즐겁게 하는 일반적인 메이저 영화들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광경일 것이기에 꽤나 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는 점에서 약점을 갖는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나름대로의 편집과, 미장센 덜어내기 등을 통해 그런 부분을 그나마 잘 커버하고 타협했다 느껴졌지만, 그래도 메이저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여전히 루즈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는 만큼, 이번 영화를 끝으로 이 시리즈를 다시 찾지 않을 관객 역시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 외에는 이 영화가 시리즈의 첫 작으로서 '뭔가 보여주려다 끝나는' 식의 연출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점에 대해서는 모든 시리즈가 완결이 난 이후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긴 글이 이어집니다. 스포일러가 불편하신 분들께서는 영화를 보고 다시 돌아와 주셔도 괜찮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생긴 몇 가지 의문들


<듄 - Part 1>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대사를 마지막으로 후속작을 암시했다. 이후 나오게 될 두 번째 후속작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무엇이 있을지 되짚어 본다(어디까지나 원작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라는 점 양해해주시길).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과연 폴이 꾸었던 꿈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베네 제세리트와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능력자이자 구세주'인 폴은 꿈을 통해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영화 내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꽤나 자주 등장한다. 허나 그가 꾸는 꿈들은 몇 가지는 현실화되었지만, 몇 가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데에서 의문점을 남겼다. 이미 드러난 '미래 예지 능력'과 더더욱 강력해질 '보이스'를 제외하고, 퀴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했을 때 폴이 갖게 될 능력들은 과연 무엇일까.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일 것 같다.


1)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능력
-> 과거 발생했던 사건들을 무로 돌리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가 꾸었던 꿈들이 모두 현실화될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이다. 은신처에서 사다우카 전사들과 싸우다 사망한 던컨이나, 폴과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은 프레멘 전사, 자미스를 되살리는 일 등이 가능해진다는 것.
(이 쪽이 간편하기는 하나, 드니 빌뇌브 감독이라면 이런 선택은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 원작 역시 그런 내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고.)

2) 꿈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그 과거를 재구성하고, 그 안의 인물들과 소통하는 능력
-> 조금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겠는데, 그가 꿈을 꾸는 동안 과거로 돌아가서 그 과거 속에서 인물들과 자유로이 소통하며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는 능력이 될 것이다. 1)번의 능력보다는 간접적으로 현실에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애초에 폴은 '퀴사츠 해더락'이 아닐지도...?


어쩌면, 폴이 아예 진정한 구세주인 '리산 알 가입', 또는 '퀴사츠 해더락'이 아니라는 시나리오가 이어질 가능성 또한 존재할 것 같다.

영화의 말미 프레멘과의 결투에 앞서 폴에게 들려왔던 목소리는 분명 그가 저항하지 않고 죽음으로써 퀴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폴은 죽는 것이 아닌 죽이는 선택을 했고, 이로 인해 폴의 퀴사츠 해더락으로의 각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아예 그럴 기회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하기에 이런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는, 조금은 껄끄러운 결말이 나왔기 때문이다(그리고 제시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에서 미루어보아, 폴이 진정한 퀴사츠 해더락이 아닌 제시카가 후에 낳게 될 아이가 퀴사츠 해더락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생각한다. 태어나게 될 아이가 딸일 경우 더더욱 그렇고).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요한 순간, 제시카는 결국 어머니일 것인가, 베네 제세리트일 것인가?


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수수께끼의 능력을 가진 조직인 '베네 제세리트'의 일원으로서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인 제시카는 앞으로 영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인물임에 분명하다. 폴은 어머니로서 당연히 그의 아들을 지키겠지만, 폴이 퀴사츠 해더락이 아닐 경우, 그녀는 베네 제세리트의 일원으로서 얼마든지 선택받은 자가 될 인물을 위해 폴을 희생할 여지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아직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은 캐릭터인 만큼, 관객에게는 계속해서 신경을 쓰이게 만들 캐릭터.


하코넨에게 습격당하기 전날, 레토 공작이 그녀에게 했던 질문에 과연 그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당신은 어머니로서가 아닌,

베네 제세리트로서 내 아들을 지켜줄 수 있는가...?




結 - 앞으로 더더욱 깊은 사구에서 펼쳐지게 될 이야기를 기다리며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과거 <반지 원정대>가 프로도가 원정대와 헤어져 홀로 모르도르산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며 끝났던 것처럼, <듄 - Part 1> 역시 폴이 아트레이데스라는 이름을 뒤로한 채 한 명의 프레멘이 되어, 사막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막이라는 척박하기 짝이 없는 세계에서 더 이상 어떤 매력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스치지만, 드니 빌뇌브가 영화감독인 동시에 뛰어난 시각적 예술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가 오히려 1부보다 더더욱 풍부한 미장센과 이야기, 그리고 특유의 '상징들' 가득한 선물을 들고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한다(그리고 한스 짐머 역시 그의 옆에서 너무나도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이다).


2년 여 후에 나오게 될 예정인 후속작, <듄 - Part 2>가 벌써 기대되지만, 시리즈 영화의 특성상 후속작의 텀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기에, 되도록이면 빨리, 더 좋은 후속작으로 찾아와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탄탄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에 그럴 가능성은 물론 적겠지만, 12년째 후속작이 없는 <아바타>의 전철만은 밟지 말아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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