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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Oct 06. 2024

새로울 것 없던 '에이리언 테마파크'

<에이리언: 로물루스(2024)> 리뷰

<에이리언: 로물루스> 포스터. /이미지: 네이버 영화

들어가며...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이 영화의 등장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에이리언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머언 과거로 돌아갔던 <프로메테우스(2012)>, 본격적으로 기존 세계관과의 연결이 이뤄진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가 연이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쏙 들어갔던 때가 있었던 만큼, '에이리언' 타이틀을 단 영화를 이렇게 빨리, 그리고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프리퀄 3부작의 완성이 아닌 <에이리언 1(1979)>과 <에이리언 2(1986)> 사이의 이야기를 조명하기로 한 선택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뭐 어떤가. 시리즈가 고사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만으로도 이게 웬 떡인가 싶다.


참고로 <로물루스>의 무대는 우주정거장 '르네상스'다. 열악한 우주 식민지에 살고 있던 주인공 일행은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고자 버려진 우주기지에 탈출용 물자를 구하러 들어가지만, 하필 그곳이 에이리언을 배양해 무기화하려던 '웨이랜드 유타니'사(社)의 소유물이었다는 것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초반부 1편과 3편과 같은 공포물로서의 흐름을 가져간다. /사진=네이버 영화

이전 시리즈의 요소들을 모으고 모아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한마디로 이전 시리즈들의 요소를 한데 모아서 만든 '테마파크'다.


이 영화는 주인공 일행이 우주정거장을 구성하고 있는 2개의 모듈, '레무스'와 '로물루스'를 오가는 동안 관객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미지의 존재와 맞닥뜨리는 공포감'(1, 3편)과, '주인공이 난관 속에서 여전사로 거듭나 괴물을 쓸어버리는 쾌감'(2편과 프리퀄 시리즈)을 차례로 선사하고자 했다. 과거  <스파이더 맨 : 노 웨이 홈>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의 추억을 모두 모아놓은 '팬 서비스'와 같은 영화였다고 생각하면 가장 근접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에이리언 시리즈 전편의 팬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전작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담뿍 들어간 것이 느껴진다. 아마 올드팬들이라면 사용된 구도나 대사들이 몇 편에서 영감을 받았을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술 하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얼굴 역시 등장한다.


안드로이드 '앤디'(데이비드 존슨). 연기만큼은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로봇들 이상으로 이질적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했다. /사진=네이버 영화

뻔한 구성과 헐거운 연출



다만 장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면 족할 듯하다. 이 영화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이전작에 대한 존중으로 기본적으로 갖췄어야 할 상당수의 것들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꼬집고 싶은 부분은 초중반부터 너무 빤히 보이는 구성으로 인해 빠르게 상실된 긴장감이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이전작뿐 아니라 이를 모티브로 만든 생존 게임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역시 대거 참고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임 형태의 구성을 띄고 있다. 문제는 그게 너무나 일찍 눈에 띄는 탓에 관객 입장에서는 '아, 이거 이렇게 흘러가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상당히 이른 시점에 든다. 영화 말미에 가서 느낄 법한 안도감이, 너무나도 이른 시점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단순한 구성에 더해 헐거운 연출 역시 큰 문제다.


영화의 흐름이 들통났을지언정, 그를 지나는 과정이 충분히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 스테이지마다 문제를 꽤나 쉽게, 그리고 큰 긴장감 없이 해결해 김을 새게 만든다. 스크린 안의 인물들이 나름 절박한 상황에 처한 건 알겠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도무지 그 정도로 강렬한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는달까. 그야말로 자기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상황이다.


<에이리언 3>를 오마주한 장면. 리플리는 몸속에 에이리언 숙주가 심어져 있었기에 죽음을 면했지만 앤디는? 주인공이라 살았을 뿐이다. 단지 그뿐. /사진=네이버 영화

부족한 오리지널리티도 문제



이 영화만이 갖고 있는 무언가, 즉 '독창성'(오리지널리티) 역시 매우 부족하다.


물론 이전 시리즈의 요소들이 녹아있는 후속작은 올드팬들 입장에서는 반갑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대여섯 편의 요소들을 적어도 하나씩은 다 집어넣으려고 한 탓에 이 영화는 나름의 독립성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 그저 '이전작들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언가'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에이리언 1> - 상반신만 남은 인조인간 '룩'

<에이리언 2> - 동작 감지기(모션 트래커), 여주인공이 등장인물에게 라이플 활용방법을 배우는 장면

<에이리언 3> - 괴물과 정면으로 맞닥뜨렸음에도 살아남는 주인공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 - 검은 액체 주입으로 이종 생명체를 낳는 등장인물


필자 입장에서 기억나는 요소만 대강 적은 것이 이 정도다(더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수십여 가지가 버무려졌다고 한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애정, 그 이상의 '덕심'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고증 면에 이 영화를 어느 정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나, 독립적인 요소가 다소 미약한 탓에 그 모든 것들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효과가 된 느낌이다.


애초에 영화의 근본이 되는 스토리가 미약한데 이전 시리즈의 요소들이 그 빛을 제대로 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팬 입장에서 너무 강박적으로 모든 요소를 품으려 했던 감독의 실수, 혹은 오만의 결과물이었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조연이었으면 진즉에 죽었을 상황에서도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는 심정이란. /사진=네이버 영화

하다못해 '주인공 버프'라도 약했더라면



한 차례 김 빠진 스토리는 중후반부 무적이나 다름없는 주인공으로 인해 그 힘을 완전히 상실하고야 만다.


관객 입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아, 쟤는 안 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몰입감이 크게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시리즈의 그 누구도 이 정도로 스토리적인 버프(Buff, 일시적인 강화 효과를 뜻하는 게임 용어), 혹은 보호를 받진 않았다.


이전 시리즈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들여다보자.


시리즈의 대모(大母), 리플리는 에이리언과 맞닥뜨려 살아남은 경험(1편)과 힉스 상병에게 배운 생존 기술, 초반에 만난 어린아이 '뉴트'를 지키고자 하는 모성애 등을 더해 2편에서 비로소 여전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쇼(프로메테우스)와 대니얼스(커버넌트)의 경우 생존기술은 빈약할지언정 극 중에서 각자 남편을 사고로 상실한 이후 독기가 오를 대로 올라있는, 생활력이 강한 중장년 여성으로 설정돼 설득력이 나름 충분한 편이다.


하지만 로물루스의 주인공인 레인은 농장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은 있으나 이전까지 총을 잡아본 적도 없는 평범한 소녀로, 로봇인 '앤디'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것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나약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총 쏘는 법을 간략히 배우더니 영화 중후반부 갑작스레 여전사로 탈바꿈해 어려움을 아무렇지 않게 돌파한다. 심지어 그 총마저도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최첨단 제품'이다. 주인공의 능력이랄만 한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후반부 관객들에게 남는 것은 주인공이 에이리언을 무참히 도륙 내는 데에서 오는 쾌감이 아닌, '어차피 죽지 않을 주인공이 펼치는 긴장감 없는 활극'을 봐야 한다는 허탈감뿐이다. 특히 버튼 하나만 '딸깍' 눌러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어서는 중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멋지지도, 즐겁지도 않다.



<에이리언 : 로물루스(2024)> 포스터. 과거 <에이리언 : 커버넌트(2017)>의 메인 포스터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은 나만 드는 것일까. /사진=네이버 영화

프리퀄 시리즈 완결의 발판이 돼주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전 시리즈들의 요소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승작'이라는 표현은 가능하겠으나, 애석하게도 그 앞에 '훌륭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팝콘무비로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시리즈의 후광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다시피 하며 스토리와 연출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한 탓이다.


한편으로는 이전작인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가 받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인해 시리즈의 명맥을 이으려는 이들과, 흥행을 우선시하는 의견이 충돌한 끝에 나온 타협점 같은 성격의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리즈의 근본인 <에이리언 1>, 그리고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제임스 카메론의 역작, <에이리언 2> 사이에 일어난 일을 담은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만큼 어느 정도의 흥행은 담보될 터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짜임새 면에서는 평가가 좋지 못한 3편과 4편, 심지어 '망작' 소리를 들었던  커버넌트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9월 15일 기준 전 세계에서 3억 3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순 제작비 8000만 원의 약 4배가량의 수익을 거뒀다고 하니, 이런 평가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다만 이 작품이 리들리 스콧이 프리퀄 3부작을 완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데에는 나름 기대를 걸어본다. 그가 실제로 프리퀄 3부작을 완결 짓길 간절히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나이가 올해로 벌써 86세인 만큼 부디 더 늦기 전에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다 풀고 떠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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