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사람
필자는 호기심이 많다. 아이쇼핑도 좋아하고, 아내랑 같이 시장도 종종 보러 가는 편이다.
지난 주말에는 동대문 시장을 다녀왔다. 취미로 재봉틀을 하는 아내가 사고 싶은 게 생겨 따라간 것인데, 거의 두 시간가량 쉬지도 않고 시장을 돌며 이것저것 둘러보고, 또 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 이상으로 빨리 떨어지는 체력 탓에 이제 나이가 들고 있음을 재차 실감한 것은 조금 슬펐지만서도.
헌데 이날만은 유독 평소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 혼자서는 결코 오는 일이 없었을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물건과 사람, 그리고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특별한 경험이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사람 덕분이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전혀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처럼, 나와 동떨어진 새로운 공간에 방문해 처음 만나는 것들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나로부터는 비롯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애초에 내가 재봉이나 옷 관련 취미를 갖겠다는 생각이 단 1퍼센트도 없는데, 어떻게 나 혼자 이곳 동대문까지 와서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겠냐는 것이다. 여러모로 참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 와이프. (참고로 필자가 뭔가 사려고 고민할 때 와이프가 기다려주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물론 세상에 무수히 흩뿌려져 있는 모든 경험들을 전부 주워 담고자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겠지만, 덕분에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 또한 이 사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주는, 그래서 함께 더 다채로운 삶을 살게끔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내가 지금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반자'는 그런 의미인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