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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Dec 13. 2022

눈이다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눈 내리는 날, 차가움이 얼굴에 내려앉는다. 입을 크게 벌려 눈을 맛보는 아이는 겨울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눈 내린 세상으로 뛰어가는 아이는 어린 나와 닮았다. 나는 콧물을 줄줄 흘리며 누구보다도 가장 빨리 눈을 마중하러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눈 위에 누워 이리저리 구르며, 눈과 하나가 되었다. 눈이 만든 세상에서만 허락된 특별한 놀이를 시작했다. 눈을 굴리고 굴리며, 새 친구를 만든다. 눈친구는 어느새 나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나를 보며 웃는 눈친구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것 같았다.

눈 위에 특별한 발자국을 만든다. 내가 가는 길마다 쫓아오는 발자국으로 이름을 크게 쓰고, 그 옆에 친구 이름도 썼다. 놀다가 힘들면 주저앉아 눈을 만지작거리며 눈 소리를 들었다. 어디선가 버려진 박스를 구해서 작은 언덕 위를 올라간다. 어느새 아이들은 저마다의 썰매 역할을 할 포대, 박스, 신문지를 가지고 올라와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난 멋지게 박스를 타고 언덕 아래로 마음껏 미끄러졌다. 신나는 마음으로 소리를 한껏 질러댔다. 장갑과 양말이 모두 축축해졌다. 두 볼은 사과처럼 벌게지고, 발가락은 동상 걸린 것처럼 감각을 잃어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다음 날은 학교도 못 갈 만큼 감기에 크게 걸렸다. 집 안에서 감기를 앓으며 창 밖으롤 눈친구를 찾았다. 눈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괜스레 눈물을 보이던 시절이다. 눈이 내리는 날에 어린 나는 누구보다 행복해했다. 나의 아이도 그 때의 나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눈친구처럼 한껏 웃으며 나를 부른다. @김스스로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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