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출근 안 해도 되게 해 주세요.
매주 로또를 산다.
자동, 오천원.
여러 번 4등에 당첨된 경험이 있는 친구 J는 내게 말했다.
“자동으로 사지 마. 자동으로 하면 백날 해도 안 돼. 번호 조합해서 그걸로만 밀고 나가.”
귀가 종이처럼 얇은 나는, 그 말을 따랐다.
그 뒤로 나는 나름대로 조합한 번호를 메모지에 적어서 지갑에 고이 넣고 다녔다.
하필 연필로 써서 글씨는 지워질 듯 점점 흐려졌다.
로또를 살 때마다 지갑에서 그 종이를 꺼내 OMR 용지에 그 번호를 칠했다.
로또를 자주 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지.
그냥 검게 칠한 OMR 용지를 버리지 말고, 갖고 다니며 살 때마다 그 용지로 사면되는 거였다.
그 생각을 못 한 나는 바보처럼 살 때마다 직접 적은 메모지를 주섬주섬 펼쳐놓고,
새 OMR 용지에 사인펜을 들고 까맣게 칠하고 있던 것이다.
뭐 어쨌든 당첨만 된다면 그런 수고쯤이야.
로또를 사고 나면 이제 나의 행복 회로가 바삐 돌아갈 시간이다.
‘당첨되면 엄마, 아빠한테 말해야 하나, 흠…. 아니야, 우리 아빠 괜히 술 마시고 무의식 중에 친구들한테 말할 수도 있어. 위험해.
일단 비밀로 하고, 돈이 생겼다고 하면서 차를 바꿔드려야지.’
언니와 나는 서로 로또 1등이 되면 암호처럼 정해둔 말이 있다.
“야, **백화점으로 와.”
(둘 중의 한 명이 어느 날 전화해서 조용히 백화점으로 오라고 말하면 로또가 당첨됐다는 암호다. 그러고선 갖고 싶은 거 사주기)
반으로 곱게 접은 로또를 지갑에 넣고 생각한다.
‘이번 주 일등은 나… 나… 제발… 나!! 월요일에 출근 안 해도 되게 해 주세요.
내가 로또만 되면 이 거지 같은 회사 바로 잠수 탄다. 아니지 그래도 퇴직금은 받고 나와야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입을 씰룩거리며, 당첨되면 뭐할지 생각하며 일주일을 버틴다.
드디어 토요일 저녁.
본전도 못 찾은 이번 주 로또는 구겨진 채 쓰레기통으로 간다
심지어 겹치는 번호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
이제 한 달에 두 번만 산다.
로또 되기만 해 봐... 내가 진짜... 이놈의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