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껴본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여유롭고 마음이 평안했던 시간은, 이직을 하는 때였다. 다음에 갈 회사가 정해지고, 입사 일까지 모두 정해진 후, 입사일까지 남은 일주일. 그 시간이 나는 평생 제일 여유로웠다. 이직의 압박이 사라지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여유. 가장 여유로웠던 그 때, 나는 제주도에 홀로 떠났다. 2018년 7월. 뜨거웠던 여름.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숙소를 공짜로 제공받아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 친구가 퇴근하기 전, 낮 시간의 대부분을 혼자 보냈다.
그토록 원했던 이 선물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할까? 친구에게 바닷가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산뜻한 브런치로 허기를 채우고, 드넓은 바다와 아름다운 파도를 보며 마음의 여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가장 하고 싶었던 그 일. 그토록 고생한 나에게 꼭 주고 싶었던 그 선물 같은 시간을 주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파일을 열어, 그동안 쓴 감사일기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빨리 읽을 필요 없이, 천천히, 내 속도대로, 감사한 느낌을 마음껏 충만하게 느끼며, 제주도 바다 앞에서 나는 그동안 쌓아 두었던 내 삶의 기록을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았다. 감사의 느낌. 그 파도들이 마음속에서 기분 좋게, 따뜻하게 잔잔히 일렁였다.
나 그동안 참 열심히 잘 살았구나.
나에게 이런 좋은 일들이 많았구나.
참 감사할 게 많구나.
내 삶에 이런 눈부신 날들이 많았구나.
매일 습관처럼 쌓아 둔 기록들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와 나에게 선물하는 그 기분 좋은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감사를 느끼며 기록한 그 순간들도 좋았지만, 내 삶을 다시 돌아보며, 쌓였던 모든 부정적 감정들을 한꺼번에 제대로 씻어주는 나만의 힐링 시간은 정말 그 자체로 감동이다. 그 기록들, 나만의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책보다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힘들 때, 다시 나를 찾고 싶을 때, 나는 감사일기를 다시 읽어본다. 내 삶의 따뜻했던 순간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다시 느껴본다. 되도록 여행을 떠나 자연과 함께 있을 때 한다. 클라우드에 저장해 둔 덕분에 나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만 있으면, 내 소중한 기록들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감사는 나를 씻어준다.
나를 묶어 두고 움츠러들게 하는 모든 감정으로부터 나를 풀어준다.
다시 평온을 찾게 해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투명하게 보여준다.
내 진짜 존재를 거울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감사하는 시간이, 감사했던 그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는 그 시간이 참 좋다. 그 때 느끼는 그 느낌들이 내 삶에서 참 소중하다.
다시 그 바닷가에 찾아가 또 한 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난 2년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또 한 번 나에게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어 주어야겠다. 나는 지금도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음을 다시 기억해야겠다. 활짝 핀 꽃처럼 존재 만으로 소중한 나 자신을 다시 뜨겁게 안아주어야겠다. 나만의 따뜻한 기억이 살아 숨쉬고 있는 다시 그 제주도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