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너무나 완벽한 ‘지금 이 순간’
“선경님, 모해요?”
“저 요즘 되게 재밌는 프로젝트 해요. 감사일기 프로젝트!”
“감사일기 프로젝트요? 그런 프로젝트도 있어요?”
“예, 되게 쉬워요. 그냥 하루에 감사한 일들을 적어서 블로그에 나누는 거예요. 전 하루에 10개씩 써서 나누는데, 이 프로젝트 덕분에 비타민 C 먹은 것처럼 뭔가 삶이 더 재밌고 생기 있어지는 것 같아요.”
작년 봄, 나는 감사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삶을 다시 새롭게 열정적으로 만들어 줄 반전이 필요했다. 마침 출퇴근 길에 유심히 보던 블로그에서 ‘감사일기를 함께 쓰는 모임’을 만든다는 공지를 보게 됐고, 바로 신청했다. 보는 순간, ‘아, 이거 구나!’ 느낌이 왔다. 내 삶을 다시 달콤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하루에 자신이 정한 개수의 감사한 것들을 적어 블로그에 나누고, 블로그 링크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10개로 정했기에,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감사할 것을 찾기에 바빴다.
다행히 구글은 감사한 것을 찾기가 참 좋은 회사였다. 출근 직 후, 마시는 시원한 생수 한 병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 캐러멜 마키아토, 맛있는 모닝 케이크, 샐러드와 베이컨, 요거트까지 완벽한 아침. 그리고 탁 트인 창가 뷰. 조금만 눈을 뜨면, 감사할 것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즐겁게 감사할 것을 찾고, 적고, 사람들과 나누는 사이, 나의 이별 후유증은 자연스럽게 눈 녹 듯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혼자 쓰는 감사일기에 익숙했던 내게, 당시 그 모임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기록하고 나누는 간단한 규칙 덕분에, 그리고 모임 사람들이 보내준 격려와 인정 덕분에, 감사는 신나는 게임이 되었다. 감사일기는 더이상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펴고 차분히 쓰는 것이 아니었다. 감사한 것이 생각나는 즉시, 휴대폰 블로그 앱을 열어 적고, 사진처럼 그 순간의 느낌을 가슴에 찍어 두었다. 사진과 함께 감사한 이유를 간단히 적으면, 한 개의 목록이 완성됐고, 그렇게 10개를 완성하는 순간, 마치 대단한 미션을 마친 것처럼 나 자신이 뿌듯했다. 감사의 따뜻함과 나 자신이 만든 규칙을 잘 지켰다는 성취감. 감사 일기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감사는 나를 내 삶의 관찰자로 만들어준다. 내 삶을 더욱 집중해서 바라보게 한다. 삶 안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내가 무심코 받고 있는 것,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축복, 그 보물을 발견할 때의 밝고 따뜻한 느낌에 더욱 집중하게 해준다. 보물 찾기 하듯, 감사라는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그토록 내가 찾고 있었던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에게 너무나 완벽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진실. 무미건조했던 삶에 달콤한 향을 더하는 것. 그것이 감사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달콤한 향에 중독되어 간다.
내 소중한 삶의 경험 상, 그 어떤 감정도 감사 앞에서는 약자다. 감사는 따뜻하고 뜨거운 힘으로,마음 속 모든 감정의 벽을 허물고, 녹인다. 모든 것을 뒤덮는 가장 강력한 힘. 그것이 감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