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내 인생템

일할 때 힘 빼는 법

by SUN

‘아, 정말 회사 그만두고 싶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그랬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지 6개월째 되던 날, 매니저는 육아 휴직을 떠났다. 갑작스런 임신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매니저. 처음에는 매니저가 없으니 더 자유롭게 일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의 그 안일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존 전통 사업에서 클라우드 비즈니스로 급격하게 변화 중이었던 조직은, 말 그대로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6개월도 안된 새내기가 두 명의 다른 새내기와 함께 매니저 없이 조직에서 제대로 일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번아웃이 왔다. 퇴근할 때는 말 그대로 혼이 쏙 빠진 녹초가 되었고, 점점 하루 하루 버티는 것이 힘들어졌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현실을 벗어나 잠시만이라도 조용히 고요하게 쉬고 싶었다. 용기를 내, 3일 휴가를 내고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지만, 그마저도 오랜 스트레스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해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 내 눈에 한 줄기 빛처럼,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입사하기 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나의 존재를 깨웠던, 나만의 소중한 아이템. 바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였다. 강남역에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터디 카페에 가서, 혼자 3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간절히. 이제 이 책이 아니면,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음 날, 그리고 또 다음날도 조용히 스터디룸을 예약해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내리 12시간을 정독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나에게 준 기분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날은 진짜 10월12일, 내 생일이었다.



‘너는 일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그냥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야.

그냥 있는 그대로 최고의 존재야.

애쓸 필요 없어.
회사에서 잘하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어.

그냥 원래 최고의 너를,
힘 빼고 보여주기만 하면 돼.’



마치 그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의 존재와 일을 동일시하는 오랜 습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일을 할 때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shutterstock_790588489.jpg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나. 적어도 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나를 보았고, 내려놓았다. 일과 나 사이에 가로 막혀 있던,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허물어버렸다.


다시 돌아간 회사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었다. 오전 미팅에서 잠깐 딴 생각을 할 때에도, ‘아, 지금 또 잠깐 집중을 못했구나’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즉시 주의를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다 놓았다. 나의 생각이 마치 내 생각이 아닌 듯, 외부 다른 사람의 생각처럼 명확하게 보이는 순간. 그 달콤한 순간들이 계속되었다. 질문 거리가 생각났을 때, ‘이런 거 질문해도 될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를 망설이게 했던 생각들을 웃으며 여유롭게 바로 놓아주었다. 그리고 즉시 질문했다.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졌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눈에 빨리 들어왔다. 그렇게 점점 일의 재미를 찾아갔다. 당시 고객의 관심이 적어 모객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세미나에 담당 고객을 많이 초청하여, 처음으로 상무님께 팀 전체 메일을 통해 인정을 받는 일도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나의 매니저는 회사에 복귀했다.




2016년 10월12일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생일이다. 꿀맛 같은 회사생활을 만들어주었던 그 달콤했던 시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게 해 준 나의 소중한 인생템. 나는 여전히 그 책을 너무나 사랑한다.

이전 02화스물일곱, MBA에 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