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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15. 2022

왜 나는 그 때 떡볶이를 해달라고 했을까?

엄마로서의 내가 참 소중하다

“엄마, 나 떡볶이 좀.”


우리 집은 슈퍼를 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밤12시. 어두운 밤, 엄마가 슈퍼 문을 닫을 때, 고3이었던 내가 독서실에서 집에 왔다. 그리고 떡볶이를 찾았다. 그 늦은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나는 떡볶이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무 말없이 나에게 떡볶이를 해주었다. 


한참이 지나고 알았다. 모든 엄마가 그 늦은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엄마가 매일 해 주었던 그 떡볶이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그 무거운 피곤함을 이겨내고, 엄마는 나에게 떡볶이를 해주었다는 걸. 부끄럽지만, 그 때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 때의 엄마를 내 안에서 다시 기억해낸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내가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이다. 아기가 잠든 동안, 정신없이 이유식 3개를 만들고, 파김치가 되어버린 그 때. 20년 전 엄마가 생각이 났다. 


‘그 때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힘들었을까? 아니, 엄마는 더 힘들었겠지? 육아도 하고, 하루 종일 일도 했으니….. 나보다 훨씬 더 힘들었겠지? 근데 그 밤에 떡볶이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준 거야? 그게 가능해?.....’


갑자기 눈물이 났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조차도 당황스러운 눈물. 그 눈물이 이상하게 멈출지를 않았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 방울이 하나, 둘…. 그렇게 내 옷을 적셨다. 


‘왜 나는 그 때 떡볶이를 해달라고 했을까?
조금만 참지…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그 시간에 떡볶이가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처음으로 그 때의 내가 원망이 됐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다시 보지 못했을 그 장면.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20년 전, 그 때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때의 나를, 그 때의 엄마를 다시 돌아보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알게 되는 게 있다. 내가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내가 모르는 동안 내가 참 많은 정성으로 키워졌다는 걸.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당당하게 세상에 덤벼도 될 만큼, 내가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엄마의 가장 소중한 존재.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귀한 사람이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정말 고마워…’

엄마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내 본다. 분명 엄마에게 한 말인데, 내 안의 딱딱했던 무언가가 녹아 내린다. 내가 좀더 말랑해진다. 엄마가 되었을 뿐인데, 치유라는 게 된다. 내가 더 밝아진다. 따뜻해진다. 엄마가 되어 행복하다. 그리고 엄마로서의 내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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